[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서럽도록 아름답다…가지산, 운문산, 억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서럽도록 아름답다…가지산, 운문산, 억산

낙동정맥(태백산)의 끝부분에 높이 솟은 가지산 (면적 225㎡)은 산고수장처(山高水長處)를 자랑하는 영남 알프스 중 가장 높고 해발 1,000m이상의 고산군(高山群)을 거느리고 맏형 역할을 한다.

울산광역시, 경남밀양시, 경북청도군과 함께 3개 군을 경계로 이루어져 있고 고산들이 어깨를 겨루며 넓은 산악지형과 심산유곡을 이뤄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명산이다.

신라 헌덕왕 16년 도의 국사가 창건하여 천 여년의 인간내력이 숨쉬고 있는 석남사는 가지산 기슭 중 가장 크고 깊은 석남골의 절경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비구니승의 수도도량으로 경내에는 보물 369호로 지정된 부도(도의국사 사리탑)가 있다. 석남사에서 3.6km의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쌀바위는 높이 50m, 폭 80m로써 암벽등반 겔렌더 역할을 하고 있고 재미있는 전설도 가지고 있다.

쌀바위
옛날 바위 밑에 조그마한 암자가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신도들이 절을
찾아올 때마다 바위에 있는 구멍에서 신도수에 알맞게 쌀이 나왔다고
한다. 구멍을 크게 내면 쌀이 많이 나올 줄 알고 어느 한 승려가 욕심
을 부려 구멍을 크게 내었더니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쌀은 나오지 않고
물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도 물이 나오는 이곳은 물이 귀한 능선상의 식수터로 산악인들이 요긴하게 이용하며 야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불심을 깨닫기 앞서 물욕을 탐하여서는 안 된다는 참된 교육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곳 샘터는 휴식 장소로도 이름난 곳이다.

쌀바위에서 동북사면 쪽으로는 복숭아골(일명 심심이골)과 학심 이계곡이 있고 남쪽에 석남골이 수려한 산세를 가지고 있어 가지산의 운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가지산 정상/ gb0709 포스트 캡쳐

하늘을 향해 치솟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가지산 답사길은 석남터미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열려있는 산로로 들머리가 시작된다.(9/10) 영하의 날씨로 계곡의 물소리 멈추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얼음이 꽁꽁 얼고 낙엽 위에 잔설만 가득차 상고대를 이루고 있다.

산길 따라 눈길 따라 완만한 멧줄기를 오르다 보면 벌거벗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게 한다.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적당한 눈길이 이어지고 몇 개의 봉우리와 중봉을 거치는 동안 어느새 몸이 더워지고 이마에 땀이 촉촉이 젖어든다.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눈이 없는 바윗길로 돌아 정상에 올랐다.(10/50) 2시간 가까운 산행으로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산비탈 전체가 상고대로 이루어져 겨울 산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망원경으로 사방을 눈여겨보니 밀양 산내면으로부터 언양읍까지 24번 국도가 뻗어있어 보기에도 시원스런 모습이다. 산과 능선이 이곳에서 뻗어가고 있고 동남으로 산(山)물결이 넘실거리고, 멧줄기를 휘감아 치솟는 수많은 봉들이 한눈에 잡히고, 멀리 동해 바다가 아슴프레 보이는 것 같다. 겹겹이 포개진 남쪽을 보면 능동산(982m), 간월산(1,083m), 신불산(1,208m), 영축산(1,058m), 사자봉(1,189m), 수미봉(1,108m) 머리들이 아지랑이처럼 아롱거린다. 특히 사자평과 수미봉은 하얀 눈으로 감싸여 멀리서 보는 눈꽃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함에 사로잡힌다. 그 밖에 백운산(885m), 정각산(823m), 억산(944m) 등은 가지산을 받쳐주고 있어 그 위엄이 대단하다. 북쪽의 문복산(1,013m)은 우리들에게 손짓하는 것 같다. 유일하게 눈이 없는 동쪽의 고헌산(1,032m)은 점잖게 자리 잡아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북능을 탔다. 헐벗은 나무가지 끝을 맴도는 삭풍이 얼굴을 후려친다. 올라온 길과는 달리 능선상에는 눈이 많이 쌓여 등산화가 푹푹 빠지는 눈길이며 가랑잎이 덮인 곳은 땅바닥이 얼어붙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눈길 산행을 하다 보니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시정(詩情)이 넘치는 눈꽃 핀 가지산의 능선길은 서럽도록 아름답다.

‘내일이면 이 눈꽃도 흔적조차 없어지겠지…….’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소나무 바위, 억새와 햇살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빠지게 한 능선길은 산행의 백미라 하겠다. 눈 앞의 장쾌한 산들의 향연이 가슴을 활짝 트이게 한다. 건너편 시야에 들어온 백운산(白雲山)이 손짓한다.

6부에서 9부까지 화강석 한덩이가 건폭(乾瀑)을 이루고 있는 나산(裸山)이다. 화강석 흰색 때문에 산전체가 구름처럼 보여 백운산이라 이름 지었다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산정에는 돌탑을 쌓은 것 같다.

남쪽의 건폭은 암벽등반 훈련장으로 이용되고 깊은 골짜기에는 백운계곡의 구룡소폭포가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유명한 호박소가 있다. 가지산과 맥을 잇는 알프스의 진가를 만끽하며 무명봉을 지나 삼거리 갈림길을 만났다. 좌측은 백운산, 우측은 아랫재(850m)가는 길이다. 곤두박질 칠 듯한 급경사길은 눈길이 얼어붙어 무척이나 힘이든다. 적멸산방이 있는 아래재에 닿았다.(12/20)

갈림길 십자로인 이곳은 가지산과 운문산을 잇고 우측은 심심이골(일명 복숭아골)과 좌측은 밀양산내 삼양리 가는 길이다. 눈길 산행으로 피로가 몰려오고허기도 난다.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와 꿀맛 같은 따뜻한 커피 한잔이 온몸을 녹여준다. 20분의 휴식으로 몸을 풀었다. 아랫재는 넓은 초원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군 위쪽으로 수려한 산들이 아름답고 주위는 노송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쉼터로 잘 가꾸어져 산꾼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지산과는 석별의 정을 나누고 운문산을 오르게 된다.(12/40)

운문산 / 산바라기의 여행등산 이야기

운문산은 밀양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의 경계를 긋고, 동으로는 가지산 능선과 손을 잡아 형제처럼 마주 서 있다. 서쪽으로는 억산(億山)과 가지런히 자리한(1,188m) 큰 산이다. 수많은 암층의 발달로 9층대 3폭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雲門禪寺)라는 간판을 내려보낸 뒤 운문사로 부르게 되었고, 삼국유사를 쓴 일연(一然)스님이 운문사의 주지를 지내기도 했다고 하여 운문사가 자리 잡은 산이라 하여 운문산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명승 경관으로는 경북 운문면에 비구니의 수련도장인 운문사를 중심으로 사리암, 청신암, 내원암 등 불교 유적과, 유명한 학소대폭포, 기연, 낙화암 등이 있다. 밀양시 산내면에는 임진왜란 때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던 신라고찰 석골사를 중심으로 석골폭포, 선녀폭포, 상운폭포, 억산폭포 등이 천 년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신비의 정일속에 감추어져 있다.

산맥은 정상에서 동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면서 아랫재에서 가지산과 손잡고, 서쪽으로는 4km를 달려 억산과 마주치며 석골계곡과 운문계곡을 파 놓았다. 서남으로 달리다가 석골폭포에 떨어지는 맥을 좌청룡(左靑龍)이라 하고, 서편 억산으로 뻗은 능선 500m 지점에 범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앉은 범바위를 우백호(右白虎)라 하며, 그 사이에 상운암(上雲庵)이 서방정토를 향해 앉아 있다.

가파른 길로 올라갔다. 산로는 두꺼운 낙엽이 소복이 쌓인 위로 눈이 덮여있다. 급경사를 이룬 오름에 숨이 차고 온 몸이 땀에 젖는다.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1시간 여 만에 우람한 바위로 버티고 앉아있는 중봉에 도착했다.(2/20) 등산로는 가파르지만 작은 산죽들이 새싹처럼 싱싱해 봄을 연상케 한다. 중봉에서 본 가지산 정상은 하얀 눈으로 단장하고 있고 중봉바위 밑은 절벽을 이루고 있다. 봉 주위는 억새밭과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망을 끝내고 10여 분의 산행 끝에 정상에 도착했다.(2시) 정상은 거칠 것이 없어 바람이 심하게 불고 옷깃에 찬 기운이 스며든다. 잔설이 조금 있고 길은 빙판이다. 정상을 뒤로 하고 헬기장을 지나 250m 거리에 있는 운문쉼터로 간다. 15분 정도의 내리막길이 응달지역으로 너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고 도착한 갈림길 운문쉼터에서 직진을 했다. 좌측은상운암(500m) 가는 길이고, 우측은 운문사로 가는 길이다. 억산으로 가는 전망대 능선길을 20여 분 지난 지점부터는 빙판길도 끝난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암릉을 타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돌아가는 산행로가 있다. 필자는 암봉을 타기 위해 바위봉에 올랐다. 아슬아슬하게 바위벽에 붙어 밧줄을 잡고 10m가 넘는 낭떠러지를 밧줄에 매달려 내려가니 스릴은 만점이지만 등골이 오싹해진다. 암릉을 지나 고개마루에서 4km 거리에 억산을 앞두고 휴식을 취했다.(2/50) 이곳에서 15분을 더 가다가 딱밭재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은 석골사 2.6km, 오른쪽은 천문지골로 거쳐 운문사(4.5km)로 가는 길이다. 계속 연속된 능선길로 오르내림을 했다. 딱밭재는 운문산 정상에서 억산까지의 중간지점으로 눈이 없고 능선길은 낙엽이 깔려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경사길을 몇 번 반복할 때마다 달라지는 알프스의 영봉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20여 분의 산행길 오름에서 헬기장을 만나고, 다시 내리막길로 가다 마지막 우뚝 선 봉우리를 넘어 30여 분 만에 팔풍재(대비재)에 다달았다.(3/50) 이곳에서 운문산과 결별한다.

우뚝 선 거대한 암괴가 앞을 가로막는다. 거대한 바위는 산꾼들에게 깨진 바위라 불려지고 있다.(운문산 정상에서 팔풍재까지의 소요시간은 1/30소요)

능선길을 따라 연속되는 전망대는 좌우에 펼쳐진 산군(山群)의 파노라마를 연출해내는 영남 알프스의 조망이 너무나 시원스러워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깨진 바위 쪽으로 직진하다 바위벽 사이로 가파르게 난 비탈 왼쪽길을 20여 분 올라가면 또 하나의 바위봉을 접한다. 이곳에 오르면 억산(944m) 정상이다.(4/20)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바위봉 정상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천길 낭떠러지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정상 바위는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용이 되지못한 이무기가 밀양 쪽으로 도망가면서 꼬리로 산봉우리를 내려쳐갈라졌다고 한다.

억산(億山 944m)은 밀양군 산내면 원서리와 가인리에 있다. 억만건곤(億萬乾坤), 즉 풍수지리설에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란 뜻을 담고 서편에 구만산(785m), 서남쪽에 건지봉(乾支峯)과 곤지봉(坤支峯)을 두고 있다. 마주 보고 있는 거대한 운문산에 가리어 석골사를 앞섶에 담고 있으면서 함화산 석골사로, 북으로는 신라고찰 대비사(大非寺)를 거느리고도 운문산 대비사로 불리어져 손해를 보는 억울함이 있다. 산내면에서 바라보는 억산은 4부사면부터는 거대한 암장을, 7부사면은 암벽을 이루고 있다. 동쪽 운문산에서 바라보면 주봉은 커다란 철모를 엎어놓은 것처럼 수직 같은 200m의 암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계곡은 억산을 중심으로 석골사와 대비사를 잇는 남북계곡은 대비골, 가인저수지에서 정상까지를 인곡(仁谷)이라 하고 경북편에는 대비사가 있고 밀양편에 석골사(石骨寺)가있다.

용이 못된 이무기의 한이 서린 곳‘ 억산’

옛날 억산 아래 대비사(大非寺)에 주지스님과 상좌가 함께 기거하며
수도에 정진하고 있었다. 하루는 스님이 자다가 일어나 보니 옆에 자
는 상좌의 몸이 싸늘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히 여긴 스님
이 자는 척 하고 있으니 상좌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뒤따라 가보
니 억산 아래 있는 대비못에서 옷을 벗고 물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순간 물이 갈라지면서 상좌는 이무기로 변해서 수영을 한 후 옷을 입
고 산에 오르는 것이다.
산능선을 넘어 운문사 쪽 속칭 「이무기못안」에 이르자 상좌는 다시 옷
을 벗더니 커다란 빗자루로 돌을 쓸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신기하게
도 크고 작은 돌들이 가랑잎처럼 쓸려져 내려간다. 스님은 놀라운 광
경에 몰래 뒤따라 왔음을 잊고 큰 소리로 무얼 하느냐고 물었다. 놀란
상좌가 뒤를 돌아보니 스님이 와 있음을 보고‘ 1년만 있으면 천년을
채워 용이 될 수 있는데…… 아! 억울하다’며 크게 탄식하더니 갑자기
이무기로 변해 하늘로 도망가 버렸다.
밀양 쪽으로 가다 꼬리 부분이 억산 산봉우리를 내리쳐 산봉우리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는 것이다.(두 갈래로 갈라진 봉우리를 두고 깨진
바위라 부르는 것 같다.)

억산에서 밀양 쪽으로 1km 내려가면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100여m정도 자연석이 질서정연하게 깔려 있다. 속칭 「이무기못안」 이라 불리는 이곳에 가로 세로 2m 50cm 내외의 방형 자연석이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고 계곡 중턱에는 마치 빗자루를 쓸어놓은 것처럼 돌무더기가 쌓여 있어 전설의 내용이 더욱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전설이 어린 억산을 뒤로 하고 석골사 가는 길로 내려갔다. 쏜살같이 달려야만 했다. 남쪽 방향을 잡아 조금 가다가 헬기장을 만나며 아래로 계속 등뼈를 타고 내려갔다. 구만산으로 가는 갈림길과 연결되는데 계속 직진이다.

오른쪽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골과 좌측의 대비골을 좌우에 두고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파르게 내려가면완만한 등산로로 이어진다. 동쪽에 자리 잡은 운문산의 기봉들이 웅장한 모습으로 보인다. 노송들이 늘어선 등산로가 아름답고, 바위틈 사이로 솟아 있는 낙락장송 또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비탈에 융단처럼 깔린 낙엽의 깨끗함으로 단장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묘지 1기를 만나고 묘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다 좌측길을 계속 가면 석골사를 지척에 두고 갈림길을 만난다. 억산(2.5km), 상운암 (3.5km), 운문산 (4km)을 이정표가 안내해 준다. 석골사에 들러 불상 앞에 서니 마음이 정숙해진다.

석골사는 신라 혜공왕 9년(773)에 법조선사가 짓고 조선 영조 11년에 함화선사가 중창한 곳으로 암벽을 방패삼아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3개산을 타고 보니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석골사 주위는 어둠에 깔려 있다. 밤의 찬 기류가 온몸을 덮친다. 산마다 특색이 있고 눈도 가지산에는 많이 쌓였으나 운문산부터는 눈이 사라지고 빙판이 있을 뿐이며 억산의 산길은 낙엽길로 이어진다.(5/10)

교통편: 언양터미날에서 – 밀양간 버스 7회 운행, 산행들머리는 석남터널지나 하차하면 된다. 하산 지점은 24번 국도변 석골사 입구에서 하차, 절까지는 도보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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