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불국토의 산 ‘토함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불국토의 산 ‘토함산’

신라의 옛 도읍지 경주라 하면 누구나 한 번 이상 가 보았을 것이다.

신라불교의 정수인 석굴암과 대가람인 불국사는 누구에게나 낯익은 고장일 것이다. 수학여행을 비롯한 유명한 관광명소와 수많은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하고, 특히 새해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북적되는 것은 동해바다의 일출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라 하겠다.

민족의 영산이며 신라인의 얼이 깃든 토함산은 5악중 동악으로 하늘이나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산이다. (오악 = 토함산 동악, 계룡산 서악, 지리산 남악, 태백산 북악, 팔공산 중악)예부터 신라인의 숭상을 받으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 안에 넣어 신라의 숨결을 들려준다.

토함산 정상 / 국립공원공단 블로그 캡쳐

매년 실시하는 중요한 연례행사의 하나인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토함산을 찾았다. 산악인들은 매년 년초 빠짐없이 산신에게 제사상을 차려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좋은 명산을 찾아 산정에서 정성을 다하여 염원을 기원하는 풍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토함산(동악)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아침 일찍 서둘러 불국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9/40)

불국사 매표소 옆 넓은 등산로 따라 청마 유치환 시비를 거쳐 인조목 쉼터를 지나 계속 오른다. 차가운 산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등산로라기 보단 차도와 함께 물린 넓은 산로는 아침부터 많은 인파가 몰린다. 석굴암 앞 넓은 주차장은 자동차와 함께 인산인해로 북 새통이다.(10/40)

국립공원공단 블로그 캡쳐

석굴암 매표소 좌측으로 열린 산길을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솔길은 낙엽이 소복쌓였고 잡목 숲은 벌거벗은 나목으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겨울을 삼키고 있다. 산 고개를 하나 넘어 넓은 헬기장 공간에 이르자 관광객과 산꾼들이 점심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고 곳곳에 제사지내는 장면을 보게 된다. 울긋불긋한 등산복이 단풍의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헬기장을 지나면 토함산 산정이다.

억새가 찬바람에 나부낀다. 저 멀리 동해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조촐한 제상을 마련하여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껏 시산제를 지내게 된다.(11/50)

국립공원공단 블로그 캡쳐

남산(금오산), 고위산을 비롯하여 경주 일원의 모든 산들은 물론 영남알프스의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조망이 압권이다.

사방이 거침없이 확트인 돌탑 앞에서 토함산이 안고 있는 진산의 면모와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하는 산정이다. 시산제를 끝내고 한 해를 이어 갈 계획을 생각하며 차린 음식으로 정담을 나눈 것이 1시간이 넘었다.

한 해의 운을 산신에게 기를 받아 산정을 떠나 토함산 일주에 나섰다.(1/30) 유난히도 낙엽이 많이 쌓인 토함산 능선길이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이 푹신푹신하여 발걸음이 가볍고 가끔 나타나는 억새풀의 휘날림이 무척 아름답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꾼들의 환한 모습에다 낙엽 밟는 바싹바싹한 소리는 경쾌한 경음악이다.

잣나무 숲을 지나자 능선 곳곳에 무덤이 많아 토함산이 명당자리임을 실감케 된다. 큰 봉우리 하나 넘어서면 다시 나타나는 묘지가 줄을 잇는다. 쌍무덤, 월성김씨묘, 박씨묘, 창녕조씨묘 등을 보게 되고 덕동호와 보문호등 산마루를 넘을때마다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은 황홀경이다. 감포로 이어지는 4번 국도도 산속으로 굽이굽이 돌아 뚫려진 길따라 자동차의 행렬 또한 장관이다.

황금 밭을 일군 낙엽은 긴긴세월을 두고 얼마나 오랫동안 쌓였는지 진한 융기에 절로 탄성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나오지만 모두를 무시하고 종주 능선길을 낙엽 밟으며 양면으로 펼쳐진 경주시가지와 산자락에 안개로 덮혀 잠든 호수를 바라보며 정감을 보태주는 호젓한 오솔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워 준다.

석굴암이 보존되어 있는 곳 / 국립공원공단 블로그 캡쳐

토함산 아닌 불국사와 석굴암만을 인식하고 오르내리며 문화유적만 보다 보면 그건 큰 실수를 한 셈이다. 토함산을 종주해야만 산의 진수를 비로소 맛보게 된다. 좋은 명산이 있어 그 속에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토함산은 민족의 영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덧 수 개의 고개를 넘고 묘지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하산 지점인 보덕산장과 대산장작가마가 있는 엑스포 버스정류장 앞에서 산행을 멈추게 된다.(4시, 산행시간 5시간)

교통편: 경주 시내버스 이용 – 불국사 및 엑스포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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