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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피어린 역사의 현장 강천산, 산성산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강천산(剛泉山)은 전북 순창 팔덕면과 전남 담양군 용면에 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군립공원으로(1981년) 지정된 명산이다. 서쪽으로 산성산과 남으로 광덕산(廣德山 578m)과 ‘ㄷ’자 형태로 산줄기가 이어진 산이다.

강천산 병풍폭포 / 강천산군립공원 홈페이지 캡쳐

도처에 기암괴봉이 솟아 있고 계곡과 계곡을 뒤덮은 울창한 숲은 원시림 그대로의 자연과 태고의 형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특히 계곡을 따라 곱게 단장한 토종 단풍나무와 서리가 내려도 지지 않는 애기 단풍의 화려함이 이곳을 찾는 이에게 선계(仙界)에 온 느낌을 준다.

강천사 / 강천산군립공원 홈페이지 캡쳐

고찰인 강천사와 5층 석탑, 금성산성 등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이 산재하고 도처에 비경이 숨겨져 있다. 천인단애를 이룬 병풍바위 아래 흐르는 벽계수(碧溪水)가 군데군데 폭포와 소를 이룬 곳이 많고, 옥수와 같은 물이 고여 있는 용소(龍沼)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이다.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이 위용을 자랑하고 일곱 가지나 되는 단풍 속에 아기 단풍과 아기 다람쥐가 가을 정취를 더해줘 군립공원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이 곳 지방인들에게는 하나의 명소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곳이다.

깎아지른 계곡 위에 높이 50m, 길이 76m의 구름다리인 현수교를 만들어 강천산과 광덕산을 연결하여 연일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6km나 되는 비룡계곡 안에는 병풍바위, 어미바위를 비롯해 광덕정, 흥화정의 정자와 삼인대(三印臺)로 불리는 비각 등 명소가 즐비하다. 직우재골의 선녀계곡은 울울창창한 밀림 속에 남정네는 나무꾼이, 여인네는 선녀가 되어보라는 선녀탕이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강천산 8부 능선되는 협곡에 300m 높이의 제2 강천 인공 호수를 만들어 산상(山上)에 있는 천지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1943년, 광덕산(속칭 절터골)에서 잡은 호랑이가 마지막 한국 호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심산유곡 중에서도 바위와 절벽이 험난하여 어떠한 짐승도 침범하지 못하는 깊은 골짜기에 산다는 사향노루가 강천산 용소 및 숭운암 위 골짜기에 살았다 하여 이 곳을 사향노루골이라고 부르고 있다.

1993년 10월, 강천사 뒤쪽에서 150년 생 이상 되는 산삼 8뿌리를 캔 중에 한 뿌리는 총 길이 120cm, 몸통 43cm로 국내에서 발견된 것 중 최대 크기로 300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평가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인병에 좋다는 희귀한 약초인 초오를 많은 사람들이 연대암터 부근에서 캤다는 기록이 있고 지금도 광덕산 일대에 자생하고 있어 채약꾼들의 발길이 빈번하다고 전한다. 강천산과 광덕산은 절경과 함께 신비의 명약들이 명산의 위상을 더욱 높여준다.

전남 담양군 용면 도림리에 자리잡고 있는 산성산(山城山 해발603m)은 푸른 호수 담양호를 옆에 끼고 지척에 둔 추월산과 마주하고 있다. 삼한시대 혹은 고려 때 산성으로 추정되는 금성산성(金城山城)이 있어 산성산이라 불려지는 이 산은 담양 벌판의 배후를 이루는 병풍산, 추월산과 함께 산악지대의 외곽을 이루고 있다. 유래가 깊은 산성은 안쪽의 지형은 유순한데 외곽을 이루는 사면에는 절벽이 길게 형성되어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좋은 입지 조건 때문에 이 곳에 자리잡은 것이다. 가파른 돌사면에 무거운 초석을 놓고 수많은 돌을 쌓아 성을 이룬 웅장함이 있는 이면에 선조들의 조국수호 정신과 피로 얼룩진 비애가 함께 숨어 있는 이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면 누구나 옷깃을 여미게 되는 성이다.

금성산성 / 담양군청 홈페이지 캡쳐

금성산성
삼국시대 때부터 있었고 고려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축성하기 시작한 이 성은 시루봉 (504.3m 북바위)을 정점으로 남문-노적봉-철마봉(475m)-서문과, 동문-운대봉-연대봉-북문-서문으로 계곡을 감싸는 포곡형 산성이다.

외성 7,300m, 내성 700m, 면적 33만 평에 달하는 이 산성에는 동서남북 외에도 암문도 있었고, 특히 적이 침투하기 쉬운 서문(계곡)은 웅성으로 쌓아 평석으로 쌓은 웅성 중에는 유일하게 남은 유적이기도 하다. 정유왜란 때는 죽은 시체가 2천 여 구나 돼 이 시신들을 남문 아래 협곡에 옮겨 태웠다 한다. 그래서 이 계곡을 이천골이라 하는데 골(骨)은 뼈 골자를 쓰고 있다. 계곡 아래 있는 연동사(煙洞寺) 터는 당시시신의 연고자들이 제를 지낼 때 향 연기가 계곡을 가득 채웠다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금성산성은 7천여 명이 상주할 수 있고 성안에는 동헌, 내아, 장사, 연환고, 승대장청, 장교청, 삼문, 보국사, 민가 등이 있었던 터가 남아 있는데 현재 남은 주위 성곽이 복원되었다. 담양 향토문화 연구회와 담양산악회가 공동으로 매년 4월에 산성에서 죽은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산제와 함께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또한 동학군 수령인 전봉준이 이곳을 지키던 관군들과 혈전을 벌인 기록도 있고 6·25 때는 노령산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빨치산들의 주요 거점이 된 탓에 토벌작전으로 인해 보국사 사찰과 수많은 거목이 불타 버렸다.

오늘 산행은 담양군 용면 도림리에서 시작된다. 연동사- 동문-연대봉(산성산 정상 603m)- 강천 제 2호수- 현수교- 강천사- 주차장으로 가는 코스다. 산행을 시작했다.(1/28)

넓은 임도따라 오르다 끝나는 주차장에서 우측은 연동사, 좌측의 오솔길 넘어 잘룩이고개 안부에 닿는다. 비탈길 양가에 수목들이 단풍으로 단장하고 시원스런 산행로로 이어진다.

금성산성 / 담양군 홈페이지 캡쳐

거대한 금성산성 외남문을 거쳐 내 남문에 도착했다.(2/7) 성벽을 보며 선조들과 민초들의 눈물겨운 역사의 현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반도 어느 산 어느 곳 할 것 없이 외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들을 볼 때마다 5천 년 역사가 피에 얼룩져 왔음은 물론이요, 조국수호를 위한 호국정신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내남문 외곽으로 돌아 연대봉으로 가다 산마루 안부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해발 500m 되는 동문 성터에 도착했다.(2/46)

동문은 무너져 없어지고 그 자리에 성벽의 돌들만 남아 쓸쓸하다.

남쪽에 시루봉(북바위)과 북쪽에 운대봉이 우뚝 선 두암봉을 사이에 두고 강천산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절묘한 자리다. 북쪽으로 성을 밟고 가파른 바위 사면을 가면 너럭바위가 펼쳐지는 운대봉에 닿고, 계속 능선 마루에 쌓인 무너진 성을 따라가다 산성산 정상인 연대봉에 도착했다.(3시, 1시간 30분 소요)

병풍산과 추월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순창 쪽에 강천산과 광덕산이, 그리고 강천 제2호수와 현수교(구름다리)가 가까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강천산으로 하산길에 들었다.(3/32)

잡초가 무성한 능선길, 성을 따라가다 오른쪽 강천 제2호수로 향했다. 내려가는 급경사 길은 습기가 있는 너덜지대인데 200여m 길이의 철계단을 밟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평탄한 등산로를 만났다.

이곳부터는 산죽나무가 길 양 옆을 파랗게 메워 가을을 잊고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주위는 붉은 당단풍나무와 오색으로 무늬진 단풍이 심장을 요동케 하는 매혹의 등산로다. 비룡폭포 가는 갈림길에서 폭포를 거치지 않고 곧장 강천호수로 향했다. 계속 산죽나무가 가는 길을 안내 해준다. 강천호수를 접하는 마지막 내리막길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호수둑을 만나 둑을 걸으며 주위 경관을 바라보니 한없는 동경심을 가지게 된다. 호수를 에워싼 단풍잎과 잔잔한 수평선이 고요에 잠들어, 조각배에 사연 싣고 돌팔매질 하며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산협곡의 큰 호수는 수림에 묻혀 침묵하는 너그러운 길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수백m나 되는 철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면 계곡이 나오고 등나무 넝쿨로 덮인 쉼터가 있다. 수정 같은 맑은 물이 비룡계곡 상류에서 흘러내리고 어미 단풍들이 계곡 주변과 등산로를 에워싸 환상적이다. 우뚝 선 바위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도 계류에 합류하고 기암괴석들이 계곡벽을 쌓아 절경을 맛볼 수 있다. 하산길 1시간여 만에 선운교(仙雲橋) 공원에 도착했다.(4/30)

거대한 구름 다리(현수교)에 올라 사방을 보면 아슬아슬할 뿐만 아니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다리 위에서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흔들림의 스릴을 맛보면서 내려와 곧장 강천사를 향했다.

강천사(剛泉寺), 신라 51대 진성여왕 원년(887)에 풍수지리설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한 도선국사가 보광전, 첨성각 등을 창건하였고, 앞 뜰에 세워진 5층 석탑은 지방 유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고려 27대 충숙왕(1316) 3년에 덕현선사가 세웠다.

탑 주위는 단풍나무와 두 아름이 넘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노랗게 물들어 가슴을 쓸어 내린다. 계류 건너편에는 삼인대가 있다.

삼인대(三印臺 지방유형문화재 제27호)
정면 1칸 측면 1칸의 비가 세워져 있고 비각 안에는 높이 157cm, 폭80cm, 두께 23cm의 비가 세워져 있다. 연산군 12년 중종반정이 성공한 수 공신들이 왕비 신씨를 폐출 하였다.
그 후 순창 군수, 담양 부사, 무안 현감 등 3인이 폐출된 시씨 복위 상소를 올리다 죽음으로 이어진 이곳에 비각을 건립하여 삼인대라 하였다.

강천사 부근에 지방기념물 제97호로 지정된 300년 된 모과나무 한 그루가 1981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오랜 세월 속에 풍운을 간직한 모습이 지나는 발걸음을 잠시 머물게 한다.(5/12) 강천사를 뒤로 하고 자연 경관과 산길, 물길 따라 이어진 천혜의 비경에 감탄하며 주차장에 도착했다.(5/28)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은 봄이면 활짝 핀 꽃들이 강천산 일대를 뒤덮고, 여름이면 벽계수가 수림 깊은 계곡 사이로 흐르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잎이 화려하게 수를 놓고, 겨울이면 비룡계곡을 눈 덮인 산하로 만든다. 1년 4계절마다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매혹되어 이 곳을 찾고 또한 수많은 역사의 풍운을 안고 있는 현장이며 선조들의 얼과 넋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교통편 : 광주시에서 강천사행, 담양호행 버스편이 있고, 순창에서 강천사행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담양읍에서 담양호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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