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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 1천 만 서울 시민의 쉼터, 도봉산(道峯山)

도봉산 국립공원 도봉산은 예부터 북한산과 더불어 서울의 명산으로 북단에 위치한다.

광주산맥에서 뻗어온 지맥이 牛耳領(우이령)을 경계로 동으로 도봉산 서로는 북한산으로 이어져 있고 특히 암봉들이 산정을 중심으로 우뚝 솟아 지능선의 암군들과 아우러져 바위 전시장을 방불케 하여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른다. 서울 시민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며 늘 즐겨 찾는 산으로, 성향이 사람마다 다르듯 도봉산과 북한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두 산이 가진 산세에 대한 매력 또한 각자 달라 쌍벽을 이루는 명산 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거대한 기암봉들이 향연을 베푸는 모습에 매료를 느끼기 때문이다. 도심의 가운데로 하늘금을 긋는 이곳에 오면 세상사 떨치게 되고 한층 마음의 여유를 쌓게 된다.

(사진설명: 도봉산 최명호,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최고봉인 자운봉(740m)을 중심으로 만장봉(718m) 선인봉(708m) 등 3봉우리와 다섯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오봉(五峰 625m)은 도봉산의 자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봉우리로, 산세가 웅대하고 험준하지만 그 형상이 준수하고 기품이 특출한 경관을 이뤄 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풍광에 사로잡히게 된다.

예부터 웅장하고 장엄한 풍모를 가진 도봉산은 고려조, 조선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감이 되어 왔다.

서거정(徐居正) 조선조 학자를 비롯하여 김시습, 김수영, 이병주(소설가) 김장호 교수 등 명성을 떨친 이들은 빼어난 자태에 유혹을 받아 詩心이 표출되어 빛을 발한 기록들이 오늘을 이어왔다.

산 속에는 보문사와 천축사를 비롯하여 많은 고찰과 절, 암자 등이 산재해 있다.

도봉산 등정길은 어둠이 시야를 막은 새벽녘에 도봉동 매표소의 도착으로 시작했다.(04/40)

(사진설명: 도봉산, 출처: 의정부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가며 부산에서 이곳까지 몰고 온 피로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산길에 접어들었다. 큰길을 들어가자 좌우로 도봉공원과 금득사를 보게 되고 공원담길을 따라 오르다 만수교를 지나 도봉서원에 닿았다.

조선조 선조 때 거유 조광조와 효종 때 우암 송시열 선생이 유학하던 곳으로 고종 때 철폐되었다가 1972년 재건된 서원이다. 서원 앞에 김수영 시인을 기리는 시비와 소설가 이병주 문학비가 세워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다시 발길을 옮겨 계곡길을 따라 오르자 어둠이 사라지고 날이 밝아지면서 서울 시민들이 산책하는 활기찬 모습을 보게 된다. 멀리 우뚝 솟은 암봉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단숨에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골짜기로 접어들자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이내 도봉산 장에 닿는다.(5/30)

잠시 숨을 돌린다.

좌측길을 따르면 천축사와 마당바위를 거쳐 주능선길로 이어진다. 이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10여 분 오르자 새 갈림길을 만났다. 좌측은 선인봉, 만장대로 가는 길이다. 망월암을 가는 길목으로 직진하여 급경사 철계단을 따라 오른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망월암이다.

앞에는 샘물이 솟아나고 있어 아침 맑은 공기에다 찬물을 한사발 마시고 숨을 돌리고 나니 속까지 시원스럽다.
이곳에 바라본 거대한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3바위봉이 안개 구름에 싸인 늠름한 모습이야말로 도봉산을 상징하는 것 같다.

망월암 주위는 단풍잎이 조금씩 물들어 가고 푸른 소나무숲은 바위봉을 품속에 넣어 교태를 부리는 풍경이야말로 가히 압권이다.

망월암을 등지고 다락능선 안부를 거쳐 716봉에 닿자 포대능선에서 오는 길과 마주치는 갈림길 주능선을 만난다. 동에서 솟아오른 해맑은 아침햇살이 가슴에 안겨온다.(07/30)

기암괴석과 절벽으로 반사된 찬란한 햇살의 윤빛을 바라보며 상쾌한 氣를 온몸에 받아 능선길 위로 달리다 30여 분만에 만난 넓고 큰 바위 위에서 조촐한 아침식사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08/00)


(사진설명: 도봉산, 출처: 의정부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고개를 돌려 멀리 바라본 동서남북은 펼쳐진 산줄기 넘어 아련히 서울 풍경이 속속시야에 들어온다. 새벽을 달려온 길, 아침식사를 마치자 밀려온 피로가 덮친다. 휴식으로 피로도 고달픔도 잊고 다시 자운봉을 향했다.

능선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지운봉 오르는 어간에 도착하자 가장 위험한 코스로 철봉과 쇠줄이 기다리고 있어 긴장을 하게 된다. 조심해야하는 쇠줄에 매달려 암벽 타는 험난한 바위길은 긴장 속에서도 스릴을 만끽한다.

완벽한 크라이빙(climbing)으로 아래로는 천리길 낭떠러지가 위협적이다. 차거운 철봉을 잡고 바위의 표피를 한발반발 더듬으며 아슬아슬한 바위틈으로 발을 옮길 때마다 곡예사처럼 몸이 비틀어지고, 줄타기의 공포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바위를 넘어 힘겹게 오른 산정 자운봉(紫雲峰)에 올랐다. 그 희열이야말로 여기 온 자만이 알 수 있는 진가가 아닌가 싶다.(8/30)

하늘을 보고 웅장하게 솟은 자운봉, 선인봉과 만장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남으로는 주봉 우이암이 서쪽으로는 오봉(五峰)이 하늘속으로 구름을 뚫고 있다. 견고한 화강암으로 섬세하고 예리한 장군의 품모 같이 그 위세가 당당하다. 김포평야의 수평선 너머 아련히 보이는 들녘이 퍽 인상적이다.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밤새워 달려 온 길, 이곳에서 본 장엄한 모습의 황홀경에 빠져 따라온 피로도 잠재워 버린다.

한참의 휴식과 조망의 풍경을 가슴에 가득 싣고 하산길에 접어든다.(9시) 올라 온 길과는 다른 모습인 도봉주능선을 타고 우이동을 향한다. 좌우로 펼쳐진 장쾌한 그림 같은 산맥들을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은 한층 수월하고 긴장감도 풀려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참 가다 만난 갈림길 우측에 오봉능선 위에 나란히 자리한 오봉(五峰 625m)도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요기를 충족시킨다. 도봉 주능선도 삼거리에서 접고 우이 남부능선을 타고 황금 능선길을 걷는 순간, 도봉산이 안겨준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시 만난 갈림길에서 원통사 가는 길을 버리고 우이암을 거쳐 경사길에 내려서자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산행하는 서울 시민들과 마주쳐 반가운 눈인사도 나누었다. 부산의 금정산에 온 기분이라 하겠다. 벤치가 설치된 쉼터에 닿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정담을 누는 모습에, 이젠 하산종점에 다 왔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어느 곳에 가나 각 지방에는 명산이 있고, 그 곳은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장소가 된다.

송전탑과 우이동 매표소를 지나 그린파크 호텔 앞 도착으로 도봉산 산행을 마감하게 된다.

우람하고 수많은 암봉의 위세를 뽐내며 서울 시민에게 참다운 지혜를 안겨주는 도봉산의 산세를 두고“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노래가 나왔는지 생각하며‘ 서울이여 안녕’이란 말 한마디 남기고 부산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교통편: 전철 1호선을 타고 도봉산역에서 하차, 걸어서 도봉역에서 도봉유원지까지 버스가 있어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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