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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지식인에 머물지 말고 지성인으로

시인 정호승은 그의 산문집에서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 일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 줄 수도 있고, 빙벽처럼 굳었던 마음이 풀릴 수도 있습니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고, 만나는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큰 감명을 받는 수도 있으며 특히 인생까지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필자 또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감명 깊은 말 한마디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국사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은 교과서를 덮게 하시고는 칠판에 여섯 글자를 한자로 크게 쓰셨다. 知識人(지식인) · 知性人(지성인).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둘러보며 당부하셨다. “여러분들이 이제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든지 직업 전선으로 나가게 되는데 제발 지식인에 머물지 말고 지성인이 되어 주기 바랍니다. 나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시면서… 평소 남자다운 언행에 존경심을 갖고 있던 터에 마지막으로 던진 이 한 마디에 더욱 진한 감동을 받아,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그때 선생님의 그 표정을 아직 잊지 못하며 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강의 시에도 꼭 인용을 하기도 했다.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지식은 아주 큰 기여를 해왔다. 많은 것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식을 통해 과학기술이 발전되었고, 그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은 우선 흑사병이나 천연두 · 에이즈 같은 무서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농업기술을 발전시켜 기아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각종 공산제품의 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우리는 정말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왜 각종 범죄는 더 증가하는가? 왜 사람들 사이의 인정은 더 줄어들어 우리 사회가 더욱 각박해지는가?

문학인 중에 한때 최대의 팔로워를 가졌던 고 이외수 작가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태산같은 지식이 티끌만한 깨달음보다 못할 수 있다. 단순한 앎은 지식이요, 심장이 더해져야 지성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각종 교육이나 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우게 되는 지식은 단순한 앎에 불과하다. 거기에 따뜻한 가슴이 더해져야 지성이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자. 많이 배워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많이 배운 사람이 모두 더 따뜻한 가슴을 가졌고 주위로부터 더 존경받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면 옛날보다 지식수준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 높아졌는데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겼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가정교육에서부터 학교 교육 등 교육의 문제에서 찾고 싶다. 인성교육이 부족한 것이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 캠퍼스의 주 출입구 중 하나에는 앞뒤로 두 개의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한다. 입구에는 ‘enter to grow in wisdom’ 출구에는 ‘depart to serve better the country and the kind’다.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라 한다. 실제 입시전형 과정에서도 하버드대는 지식수준도 물론 높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인성이 좋은 인재를 선호한다고 한다.

하버드대와 MIT에서 입학사정관을 지낸 ‘앤절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대표는 “고교 수석 졸업생의 상당수가 하버드대에 떨어진다. 공부와 스펙을 뛰어넘는 열정과 헌신·리더십 등 인성 덕목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 전형방식과 비교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그리고 곧 입학이 이어진다.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동안 많은 지식을 쌓고 쌓아서. 또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미래다. 우리 기성세대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단순히 지식인에 머물지 말고 지성인으로 살아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하고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감히 부탁해 본다.

그리고 대학이 명실상부한 지성의 전당이라고 모두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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