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라떼별곡] 조직 생활은 군대가 아니다 | 뉴스로

[김민의 라떼별곡] 조직 생활은 군대가 아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20대, 가장 혈기왕성할 나이에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군대 징병이다.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3년의 청춘을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 좋든 싫든 오랜 시간 동안 군대라는 수직 문화에 적응하다보니 사회에 돌아와서도 그 문화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다. 멋 모를 어린 나이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군대라는 강압적인 작은 사회에서 겪은 일들은 유일한 사회 첫 경험이며, 삶의 기준이 되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에 의존하여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훈련병 때부터 ‘어쩌면 사회에서는 부조리하다’고 판단될 법한 대우를 묵묵히 견디다 보면 어느새 병장이 되어 있다. 이제 병장이 되어 그러한 악습을 끊고자 노력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그들에게 깊숙이 뿌리내린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는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뇌리에 자리 잡으며 계급 문화를 더 고착화시킬 뿐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짧다면 짧은 기간임에도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로 돌아온 청년은 군대를 가기 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입대 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사회의 단면이 군대 내에선 일상이었기에 이른바 어깨뽕을 입은 듯 ‘군대뽕’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다. 그 힘든 시간을 견딘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어린 나이지만 서서히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이다.

꼰대는 절대 악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머물러 있는 시간과 세상의 시간은 사뭇 다르기에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과는 발전 없는 도태로 이어질 것이다. 도태된 그를 세상과 시대는 이해하지 못하며 배척하기에 마치 선과 악으로 나뉘듯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긴박하게 변하는 인공지능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군대는 여전히 무인도와 같은 고립된 공간에 놓여있다. 시대가 변해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군대는 사회의 발전 속도의 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무인도에만 살던 원시인이 세상의 문명을 맛본다면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마치 그런 원시인이 갓 전역한 청년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입대할 때와는 다른 세상에 와 있음에도 무인도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이 그 간극을 크게 벌린 것이다.

그럼에도 바뀐 사회에 맞춰 스스로 적응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군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 군대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계급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평등 사회이다. 그러나 군대는 창설된 이래 역사상 단 한번도 계급이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계급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완장이 채워진 순간 인간과 인간 간의 계급이 생겨 상명하복의 명분이 생긴다는 점이다. 사회 생활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높임의 기준인 ‘나이’ 조차도 계급 앞에선 기준이 될 수 없다. 단적으로 군대를 일찍 가서 20살에 이미 병장인 사람과 30살에 이병인 사람 중 높은 사람은 전자가 된다.

사회인이 되어 조직을 경험해본 사람은 앞서 열거한 특징들이 군대와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다른 점은 군대는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상명하복의 계급 체계는 당연한 이치라 생각한다. 허나 조직 생활은 전시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니 조직 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민주주의 평등 사회에서 모든 사회인은 조건에 관계 없이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있는 꼰대와 아닌 자의 사이가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어서 빨리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변화하는 세상에 한 발짝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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