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서해안의 비경 따라 해식단애의 절경을 찾아서, 변산반도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서해안의 비경 따라 해식단애의 절경을 찾아서, 변산반도

변산은 호남 5대 명산 중의 하나로 서해에 접한 전북 부안군 변산 일대의 산군(山群)을 말하며 바다와 산과 한데 어울려 형성된 반도로 서해안에서 유일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변산(내변산)은, 바다의 전망이 뛰어나고 기암괴봉과 경관(景觀)이 수려(秀麗)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최고봉인 의상봉(508.6m)과 쌍선봉(459.1m), 관음봉(424.5m), 신선대(486m), 낙조대(448m), 우금산성(331m), 내소사, 개암사, 봉래구곡(蓬萊九曲), 직소폭포, 성계폭포, 와룡소, 가마소, 선녀탕, 분옥담 등 크고 작은 명소들이 변산 일대에 흩어져 자리 잡고 있다.

개암사 / 부안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외변산은, 해안을 끼고 곰소항, 진서리도요지, 왕포, 모항해수욕장, 상록해수욕장, 변산 해수욕장, 고사포, 격포해수욕장 등 바다와 산이 함께 한 폭의 그림을 이룬 곳이다.

변산은 예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 등 천혜의 명승지로서 바다와 기름진 평야가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곳마다 절경에 감탄한다. 변산의 산세는 제각기 방향이 뒤틀어져 수많은 경승지를 이루고 길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산들이 넘실거리는 파노라마가 변산반도의 진수이다.

답사길에 나선 여정길이 11시가 넘어 서해안 30번 국도 해안도로에 들어서자 곰소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곰소항은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에 자리하며, 일제시대 일본이 이 지역에서 수탈한 각종 농산물과 군수물자 등을 일본 본토로 반출하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여 만든것이다. 항구 북쪽에 89ha에 달하는 드넓은 염전이 형성되어 있다.

소금 생산지로 유명하며 대규모 젓갈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서해의 망망대해가 한눈에 보이고 어선들이 흰 물꼬를 트며 바다위를 맴돌고 있다. 쾌속 모터보트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잔잔한 바다를 가르면서 질주하는 모습이 서해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채석강 / 부안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상록해수욕장을 지나 정오에 변산반도의 대표격인 격포항 채석강(彩石江)에 도착했다. 우뚝 선 닭이봉(85.7m) 정상의 팔각정, 절벽 위의 낙락장송, 활엽수들이 풍경을 그려낸다. 노송 한 그루가 벼랑 위에 위태롭게 서 교태를 부린다. 옆 나무에 줄을 연결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은 끊임없는 해풍에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 준다. 닭이봉 북쪽 강기슭으로 나가면 갯바위 지대와 해안 절벽이 나온다. 이곳을 채석강이라 부른다. 수많은 판자때기를 겹쳐놓은 듯한 해식단애(海蝕斷崖), 온갖 기이한 무늬를 이룬 검은 절벽, 갯바위와 부딪치는 흰 파도,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갈매기, 한가로이 채석강을 맴돌고 있다.

닭이봉 퇴적암은 중생대 백악기에서 신생대 초, 약 1억~6,000만년 전 사이 이곳에 호수가 있었고 그 때 겹겹으로 퇴적층이 생긴 것이다. 그 후 변산반도가 지각 변동을 거듭하는 동안 지금과 같은 절경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서해 낙조는 이 곳 채석강을 으뜸으로 치고 있다. 여름철 멧방석만한 해가 바다로 지는 장관을 보면 황홀함에 사로잡혀 갈 길을 멈추게 한다.

채석강은 지방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어 있고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수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와층을 이루는 동안 해풍에 시달리면서 생긴 많은 바위 구멍이 있고 북쪽 끝으로 돌아가면 해식 동굴도 있다. 거센 파도에 절벽이 쪼개지고 부서져 억겁으로 이어진 유구한 세월 속에 오늘을 잉태한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주위 경관을 조망하고 총총걸음으로 숨막히는 따가운 햇빛을 가리며 채석강을 떠난다. 맨 뒤 끝에 있는 채석강 시를 이곳으로 옮긴다. 지서리 남여치 매표소에 도착, 곧장 산행에 들어갔다.(1/15)

채석강

무량겁 무량사연
상처 여문 자욱마다
웃다가 울다 버린
망각을 줍는 파도
채석강
손짓먼 강물
삿대를 세운다

폭염이 내리쬐어 숨 막히는 더위가 기력을 잃게 한다. 안내판에는 월명암 5.6km, 봉래구곡 9.6km, 직소폭포 10.1km, 내소사 15.9km, 40리 산행길을 걸어야 하는 힘든 여정길이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숲속 길을 올랐다. 3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에 그나마 바람한 점 없어 어느 새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온 몸을 적신다. 서해의 푸른 바다가 건너다 보여 더운 가운데도 마음은 상쾌하다. 오를수록 넓은 바다와 섬들이 조망된다.

여름산행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한다. 탈수 현상이 나는 듯 현기증이 난다. 연방 배낭에서 얼음물을 꺼내 마시며 1시간 여 만에 활엽수가 울창한 햇빛을 가린 느티나무 아래 관음수라고 씌어진 옹달샘을 만났다.(2/15) 옹기를 묻어놓은 관음약수터다. 관리소홀로 식수로는 좋지 않다. 약수터에서 조금 더 돌아가면 고갯마루가 나오는 갈림길을 만났다. 좌측으로 120m가면 쌍선봉(459.1m)이다.

쌍선봉은 오늘 산행코스로는 주봉(主峰)이라 하겠다. 멀리서 바라보는 쌍선봉은 보기에는 좋아 보였으나 실제 올라와 보니 초라하고 쓸쓸하다. 공간도 좁고 특이한 것도 없다. 다만 사방을 조망하는 데서 가치를 찾아야만 했다. 저 멀리 건너편 의상봉(508.6m)이 우람하게 보이고 크고 작은 봉우리와 산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안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 10여 분 만에 도착한 해발 448m되는 낙조대는 경관이 매우 수려하고 멀리 보이는 섬들과 굽이치는 산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좌측에는 고사포해수욕장이, 우측에는 모래질이 매우 좋다는 변산 해수욕장이 보이며 고사포 해수욕장 앞에 하섬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위도가, 우측에는 비안도가 보인다. 남동에는 세봉(細峰)이, 동에는 남옥녀봉(南玉女峰), 북동에는 변산 주봉인 의상봉과 북옥녀봉(北玉女峰) 등이 보인다. 서해에 해가 질 때 아름다움이 한층 더하다는 낙조대를 뒤로 하고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지금은 낙조대 산로를 폐쇄시키고 월명암을 거쳐 가는 산길을 만들어 놓았다. 오른쪽 산줄기의 어깨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산등에 올라 선 다음 뻗어 내린 짧은 산줄기의 등을 타고 급히 내려갔다. 봉래 구곡을 이룬 산줄기답게 전후좌우가 바위봉우리, 바위벽이고, 골짜기 쪽은 천길 깎아지른 낭떠러지여서 아찔아찔한데 난간에 보호울 타리를 쳐놓은 바위봉에 도착했다.(3/40)

왼쪽 방향으로 길을 잡아 바위벽을 피해 비탈의 동쪽으로 뻗은 산등을 타고 내려갔다. 왼쪽 발아래에 봉래구곡의 아름다운 개울을 내려갈 때는 기력이 빠지고 피로에 지쳐 곤두박질하며 뒹굴어 넘어졌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지친 몸으로 대리석 받침 위에 큼직한 검은 돌의 ‘자연보호 헌장비’가 서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4시, 소요시간 2시간 45분)

개울은 저 위 골짜기에서 흘러내려 봉래구곡 아래쪽 심산유곡을 지나 백천으로 가는 개울이다. 직소폭포를 거쳐 내소사로 가려면 휴게소를 지나 오른 쪽 숲속에 흐르는 거대한 저수지를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작은 산등을 넘어 길게 늘어선 개울가 생엽수를 따라 작은산등을 넘었다. 선녀탕이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선녀탕을 지나 고개마루 너머로 직소폭포가 높은 벼랑을 이루고, 그 바위 사이에서 30m 아래로 하얀 물줄기가 떨어진다. 주위에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숲, 저 위쪽에는 낙락장송과 기암괴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직소폭포에 도착했다.(4/24, 3시간 10분)


직소폭포 / 부안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직소폭포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육중한 암벽단애(斷崖)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둥근 소를 이루는데 이 소를 실상용추라고 한다. 이 물은 다시 제2, 제3의 폭포를 이루며 분옥담, 선녀탕 등의 경관을 이루는데 이를 봉래구곡(蓬萊九曲)이라 한다.

이곳에서 흐르는 물은 다시 백천 계류로 이어져 뛰어난 산수미를 이룬다. 직소폭포가 떨어지는 바위 끝에 올라 분옥담을 내려다보니 정신이 아찔해진다.

무더운 날씨와 가뭄으로 인해 물줄기가 약해져 폭포의 진수는 부족함이다. 이곳을 떠나 깊은 숲속 개울을 줄곧 가다 재백이고개 아래에서 방향을 크게 틀어 계류를 건넌다. 5시 3분, 고개 안부에 도착했다. 내소사 3.4km팻말이 붙은 재백이고개다.(산행시간 3시간 50분)

더위에 시달리고, 땀에 젖고, 피로에 지쳐 힘든 4시간의 산행에 물도 바닥이 나 갈증에 현기증까지 겹친다. 개울물은 식수로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배낭 속에 비상용으로 있던 캔맥주를 마셨다. 속까지 시원해진다. 재백이고개를 떠나 관음봉을 향하여 왼쪽으로 올랐다. 안간힘을 다하여 바위봉과 비탈길과 언덕을 오르내렸다. 관음봉 갈림길에 도착, 곧바로 1.3km 남은 내소사를 향했다. 고개 언덕을 넘으면 나무로 잘 가꾸어진 계단길이 나온다. 계단 중앙에 노송 한 그루가 길을 막는다. 한폭의 풍경화가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내소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와 산행을 함께 한 매미소리에 생기를 얻어 내 소사에 도착, 산행을 마감한다.(6/24)


내소사 / 부안문화관광 홈페이지 캡쳐

내소사는, 백제 무왕 3년(633)에 창건하여 소래사로 부르다 100여년 전에 이름이 바뀌었다. 고려 동종, 볍화경 절본 사본, 대웅보전 등 보물급 유물들이 이 사찰에 있다. 내소사는 능가산 관음봉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보물 제291, 277호로 지정되어 있고 부속암자로 청련암과 자장암이 있다.

특히 절 입구 600여m 길이의 전나무숲이 하늘로 치솟아 장관을 이뤄 불교의 성지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하고 약수를 마시고 쏜살같이 주차장을 향했다. 가마솥 같은 5시간의 무더위와 싸우면서 악전고투 끝에 산행을 마친 동호인들의 얼굴은 모두 햇빛에 익어 빨간 능금 같지만 석양빛에 반사되어 예뻐만 보인다.
한 번의 산행으로 변산반도를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교통편: 부안군 터미널에서 내소사 가는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있다. 남여치는 터미날에서 사자동 가는 버스를 이용하여 남여치에 하차하고 1일 8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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