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소백산, 연분홍 색깔로 평원을 덮은 철쭉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소백산, 연분홍 색깔로 평원을 덮은 철쭉

소백산맥의 중심부분에 자리한 국토 등줄기인 태백산의 남쪽부분에서 서쪽으로 분기되는 지점에 있는 소백산은 1987년 12월, 18번째의 국립공원(면적 320.5㎢)으로 지정되었다. 능선이 완망하고부드러워 여성적인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산정 비로봉(1,439m)을 중심으로 양날개로 펼쳐진 제1연화봉과(1,394m) 국망봉으로(1,420m) 이어지는 철쭉군락지는 만개시기인 5월 하순부터 6월초에 철쭉제를 지내며 인산인해를 이룬 등산객들의 환호로 산천이 뒤집어진다.

산정에는 244호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인 1,000여 그루의 주목이 기묘한 형상으로 군락을 이뤄 원시성 그대로 울타리안에서 끈질기게 자생하고 있다. 능선과 계곡이 아우러져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기에 좋은 곳이라 하겠다.

소백산 비로봉 /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수많은 국보, 보물 등 문화재가 부석사와 비로사, 구인사, 희방사에 자리하여 사계절 탐방객이 줄을 잇는다. 1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와 17개소의 계곡, 기암과 폭포 등이 소백산을 에워 싸 자연미로 가꾸어져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라 하겠다. 왜솜다리(에델바이스), 모데미풀, 금강초롱 등 식물 들이 자생하고 있고 우림 수목으로 소나무, 신갈나무, 철쭉을 꼽고있다. 특히 소백산 산나물은 밥취, 두릅, 참나물 등이 자생하는데 옛날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맛이 뛰어난 나물이다.

폭포로는 다리안폭포(청동리), 비로폭포, 석천폭포, 희방폭포, 달밭폭포 등이 있고 특히 희방 폭포는 연화봉(1,394m) 기슭에 자리한 높이 28m인 영남제일의 폭포는 희방사의 관문이고, 잡목림이 터널을이룬 계곡은 물이 차거워 5분을 견디기가 힘들 정도라 하겠다.

또한 바람이 세차서 겨울 산행은 참으로 힘이들지만 설화로 꽃피우는 설경의 운치는 당연 으뜸으로 꼽는다. 제주도 한라산은 강풍을 막아 오늘의 제주가 살아숨쉬고, 덩치큰 소백산은 풍지박산 될 영주시를 보호하는 보배로운 산으로 영주시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하니 소백산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소백산 초암사 /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일찌기 文忠公 徐居正이 소백산에 대한 시를 써 후세에 남겨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해지고, 퇴계 이황은 초암사에서 배점초등학교가 있는 곳까지 천하절경에 매료되어 국망봉에서 발원된 물을 소백산의 풍광을 구곡이라 이름하여 오늘을 잇고 있다.


소백산 죽계구곡 /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죽계구곡
① 백운동 취한대(白雲洞 翠寒臺) ② 금성반석(金成盤石) ③ 백우담(栢于潭) ④ 이화동(利花洞) ⑤ 목욕담(沐浴潭) ⑥ 청련동애(淸蓮東崖) ⑦용추비폭(龍湫飛瀑) ⑧ 금당반석(金堂盤石) ⑨ 중봉합류(中峯合流) 등 치의 이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월이 빚어낸 풍우의 흐름으로 깎여 옛모습과 달리 다소 훼손되었다 하겠다.

소백산의 산로는 여러 곳이 있으나 오늘 등정길은 약 13km나 되는 삼가리(영주시)에서 희방사까지 대 장정길을 택했다. 소백산 철쭉의 만개를 보기위해 5월 하순을 택한 것이다. 삼가리 매표소에서 시작한 등정길, 구름과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늦은 봄 발걸음을 재촉했다.(11/30)

아스팔트의 딱딱한 길이 1.8km나 되는 비로사까지 걸어야만 했다. 계곡을 따라 잡목숲이 우거진 포장길은 온통 산꾼들이 북새통을 룬다. 한바탕 흘린 땀의 덕분으로 비로사에 도착했다.(12/10)

비로사는 규모가 작고 다소 초라한 편이나, ‘훈민정음’원본이 발견된 사찰로 신라 문무왕 20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고 영풍비로 석아미타와 석비로지 나불좌상이(보물 996호) 경북 유형문화재로 소장되어있다. 바쁜 걸음으로 잠시 돌아보고 다리를 건너 달밭골로빠져들었다. 산길은 완만한 편으로 군데군데 철쭉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화려한 빛깔로 웃음을 자아낸다.

신록이 우거진 길, 잡목과 소나무숲을 이룬 산길은 생동감이 넘친다. 봄의 향기가 몸에 스며들어 푸른 가슴으로 익는다.

이윽고 도착한 비로봉(2/50) 산정은, 구름떼처럼 몰린 인파, 연분홍 빛깔이 비로봉 초원을 휘감는다. 철쭉꽃이 만개해 넋을 잃은 등산객, 카메라는 불이 붙는다. 울려퍼지는 함성과 탄성, 철쭉꽃 나무 사이로 미소띤 얼굴들은 인홍이 되었다. 끼리끼리 모여 담소하는 그 모습은 속세를 등지고 천상의 화폭에 매료된 것이다. 멀리 국망봉이 손짓한다. 지난 해 겨울산행을 한 국망봉, 발목까지 찬 백설을 밟고 죽계구곡을 하산하며 어둠에 깔린 초암사 길을 눈보라 속을 헤쳐 갔던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잠시 지난일들을 사색해 본다.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치악산과 태백산이 눈을 시리게 한다. 늦은시간에 점심을 마치고, 산정을 떠나기에는 아쉬운 발길이지만 주목과 어울린 초원능선을 디디고 가야만 했다.(3/20)


소백산 연화봉 /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연화봉까지 이어지는 장괘한 산 줄기가 온통 연분홍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산천을 피로 물들게 했다. 참으로 장관이다. 탄성과 탄성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흥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멀리 아지랑이로 덮혀 가물거리는 죽령 넘어 도솔봉도 산행을 다녀와서 인 지 자연눈길이 쏠린다. 어느새 제일 연화봉(1,394m)을 거쳐 달려간 철쭉군락지는 길손의 옷깃을 잡는가 싶더니 발목마져 잡는다.

피로를 잊고, 잡념을 잊었다는 것은 자연에 동화된 것이다. 동화되지 않고서는 자연의 참뜻을 음미할 수 없다. 사람이 움직이는 지, 철쭉꽃이 움직이는 지 분간키 어려울 정도로 휘감은 연분홍 꽃길이 안겨준 것은 오직 황홀경이다.


소백산 연화봉 일출 /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표시석이 우뚝 선 연화봉(1,383m)에 도착했다.(4/50)

울창한 나무로 싸인 연화봉에서 서쪽 천문대를 바라보니 이 일대의 광활한 철쭉밭이 피바다를 이룬다. 철쭉제를 지낼 때는 수천 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해서 그 북새통이야말로 상상으로도 짐작이 가는 인파라 하겠다. 서쪽 멀리 운무속에 월악의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멋진 풍광이다. 옷은 땀으로 얼룩졌고, 철쭉군락도 이곳에서 시야를 멈추게 한다. 3.5km 남은 희방사를 향한다. 가파른 길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오솔길은 풍우에 휩쓸려 돌 만 남아 한발한발 신경을 써서 가야만 했다. 수림속을 헤쳐가다 희방사 못미처 가파른 돌길을 만나게 된다.

미끄럽고 까다로운 길을 엉금엉금 걸어야 하는 너덜경의 험로가 끝나는 지점에 발이 닿자 희방사 대가람이다. 장터처럼 북적되는 희방사 대웅전에서 삼배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와 옥수로 목을 추겨 협곡 철계단을 지나 희방폭포를 보게된다. 수림 협곡바위 틈으로 사정없이 내리꼽는 희방폭포는, 소백산의 으뜸가는 폭포로, 해발 700m에 위치하며 연화봉에서 발원한 물이 구비구비 감돌아 흐르다 한바탕 천지를 진동시키는 장관이 넋을 잃게 하여, 조선시대의 석학 서거정 선생이 天惠夢游處(하늘이 내려주신 꿈속에서 노니는 곳)이라 읊으며 감탄했다고 전한다. 徐居正의 소백산 시를 끝으로 산행을 마감하게 된다.

소백산

소백산은 태백산에서 이어나와
백리 서리서리 구름 속에 끼어있네
뚜렷이 획을 그어 동남을 갈랐으니
땅을 펼치고 하늘을 이루어
귀신 아낌을 깨쳤네

교통편: 각지에서 단양, 풍기, 영주에 이르러 희방사 천동굴, 배점리(배점 초등학교), 삼가리행 버스편이 수시로 있다. 죽령을 경유하려면 단양과 영주길을 오가는 완행버스를 이용, 죽령에서 하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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