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유발자 은행열매가 녹지 파수꾼으로 | 뉴스로
서울 중구

민원 유발자 은행열매가 녹지 파수꾼으로

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가 도심 천덕꾸러기 은행나무 열매를 친환경 저비용 천연농약으로 재생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구는 지난해 가을부터 관내 은행나무에서 채취한 은행열매 1.5t으로 천연농약을 만들어 가로수, 녹지대, 학교, 어린이집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은행 과육에는 뷰티릭산, 헥사노익산 등 악취의 근원이 되는 지방산이 들어있다.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종자를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방어수단인 것이다. 은행열매 천연농약은 이런 특성에서 착안했다.

약제는 은행을 약한 불에 5시간 정도 은근히 끓여 고운 천으로 걸러 만든 은행 농축액에 천연전착제와 천연살균제를 첨가해 만든다.

농축액만으로는 부족한 약효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천연전착제는 물·가성가리·카놀라유를 섞어 3일간 숙성하고 천연살균제는 황토, 천일염, 가성소다 등을 혼합해 천천히 저으면서 24시간 침전시켜 완성한다.

구가 경기도 농업기술연구원 등 3곳에 효능을 의뢰했다. 결과에 따르면 농축액 자체로는 50%, 농축액에 천연전착제를 넣은 경우는 60%, 천연살균제까지 추가한 경우에는 75%까지 흰가루병, 진딧물 등에 방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구는 지난 가을 채취한 은행으로 만든 농축액 120ℓ를 토대로 천연농약 2만ℓ를 생산했다. 수목 1000주의 병해충을 예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모든 과정은 구 직원들이 손수 진행했다.

화학농약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데다 뿌린 후에도 토양에 남아 장기적으로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 반면 은행농축액에서 태어난 천연농약은 이러한 위험이 없어 공원이나 학교, 어린이집 등에 안성맞춤이다. 실제 주민 모니터링에서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비용도 100ℓ 만드는데 113원, 화학농약의 45%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예산 절감 효과도 있었다.

아이디어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은행 조기 채취사업에서 싹텄다. 악취 민원 급증으로 은행이 익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미리 털어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채취한 은행을 경로당, 복지관 등에 무상으로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조기 채취한 은행은 딱딱해서 나눠주기 힘들었다.

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비록 악취 민원을 야기한다 해도 전량 폐기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활용을 고민하던 중 떠오른 방안”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은행열매 천연농약은 최근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2018년 하반기 서울시 창의상’에서 혁신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구는 올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딴 은행도 천연농약으로 탈바꿈 시켰다. 지난해 보다 양을 대폭 늘린 15만ℓ를 제조했다. 내년에 골목길 자투리 녹지, 공동체 정원 등에 사용토록 민간에까지 무료 보급할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매년 서울에서 60t 이상의 은행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며 “은행 천연농약 생산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전국적으로 민폐인 은행이 값지게 쓰이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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