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화의 감성톡] 대화의 간격을 충분히 배려해주세요 | 뉴스로

[송정화의 감성톡] 대화의 간격을 충분히 배려해주세요

제가 아나운서로 방송을 진행할 때 ‘침묵’은 방송사고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5초 이상 아무 소리가 나가지 않으면 방송사고로 인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할 때는 침묵의 간격이 몇 초라도 생기면 바로 말로 그 간격을 채웠고, 방송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간격이 생기면 먼저 대화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대화를 할 때 ‘침묵의 간격’이 불편하신 적이 있었나요? 모임에서 대화 중에 내가 말한 직후 바로 침묵이 길어지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고, 요즘은 카톡 단체방에서 내 톡 다음에 대화가 끊기면 그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1 대 1로 대화를 하는 도중에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침묵은 사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대화 중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면 내 머릿속에는 상대방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나랑 이야기하는 게 재미가 없나?’, ‘방금 내가 한 말이 맘에 안 드나?’, ‘지금 기분이 나쁜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불안해지고, 그 순간들을 자꾸 피하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침묵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말이 많은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순간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화의 사이에 발생하는 ‘침묵’에 대해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침묵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것은 ‘배려’의 표현입니다. 말을 하기 전에는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개인마다 그 필요한 시간의 길이가 다릅니다. 상대가 침묵하고 있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불편한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고 본인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인 것입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고 바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 사이에 계속 말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침묵의 간격이 두려워 말로 계속 채근하면, 상대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할 말을 생각하는 시간과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속도는 개인 차가 분명 존재합니다. 상대방의 시간이 나보다 길면 침묵의 간격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간격을 내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 시에 상대방이 내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생각한 후 말할 수 있도록 침묵의 시간을 배려해주신다면, 더욱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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