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화의 감성톡]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주세요 | 뉴스로

[송정화의 감성톡]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주세요

“이 프로그램은 듀레이션이 어떻게 되죠? 오늘 경기 옵튜브 중계인가요?” 여러분은 이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시나요? 만약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이 말을 알아듣고 서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마 굉장히 소외감이 들고, 순간적으로 내가 무식한 건가라는 생각까지도 들 수 있을 겁니다.

위 문장에 사용된 용어는 방송용어들로 방송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방송 업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 문장을 말할 때에는 이렇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총 방송시간이 몇 분인가요? 60분인가요? 90분인가요? 오늘 경기는 현장에 가서 하는 스포츠 중계가 아니고 위성으로 화면을 받아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방식인가요?”

내가 속해 있는 조직 내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단어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공공기관에 방문해서 설명을 듣거나, 공문서 양식들을 볼 때 어려움을 느끼고, 심지어 심리적으로 주눅이 든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그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식해서 이 용어를 이해를 못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거나 물어보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 하기도 하지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문서에는 전문용어와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부 공공기관에서 몇 년 전부터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한자어를 한글로 바꾸는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용되는 언어 때문에 국민들이 복지서비스에서 소외를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어려운 말로 된 난방비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해 모녀가 얼어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이 시작되었고, 약 40년 동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 쓰기에 힘써오고 있습니다.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의 주 목적은 공식문서에 명확성을 주어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문서는 어떤 사람들이 읽더라도 처음 읽었을 때 한번에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을 설립한 크리시 메이어는 “어떤 단어들은 3미터 높이의 벽돌담과 같습니다.”라고 표현했는데요.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단어가 상대방에게는 높은 벽돌담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 벽돌담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쉬운 말로 바꿔서 표현해주는 ‘나의 배려’입니다.

단어 하나도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여 사용해주신다면 진정한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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