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약사친] 약사 전한 최고의 위로, ‘따뜻한 말 한마디’ | 뉴스로

[이재근의 약사친] 약사 전한 최고의 위로, ‘따뜻한 말 한마디’

지난 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 사이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 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코로나19가 촉발했던 마스크 대란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 덕에 여유로운 모습이다. 매일 수백 통씩 약국에 쏟아지던 문의전화, “왜 안 파냐”로 시작하는 각종 항의와 실랑이가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한데도 말이다. 처음 마주한 범유행 사태 속에서 이를 악물고 약사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버티던 힘든 나날도 언제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덕용 포장이나 소형마스크 수급 등 공적 마스크에 얽힌 구입 문제는 완전히 해소된 듯하여 희망을 느낀다.

그러나, 이 글을 빌어 고백하자면 이번 마스크 대란은 필자에게 참 많은 감정을 남겼다. 코로나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과 불편한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정작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을 때의 그 무력감. 힘없이 빈손으로 약국을 나서던 손님들의 뒷모습은 그 어떤 가시 돋친 말보다 더 힘겹게 다가왔었다.

그럼에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간혹 손님들이 건네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자에 쓰러지다시피 걸쳐있던 필자에게 “하나는 젊은 약사 양반 꺼”라며 비타민 드링크를 내밀던 어느 할머님의 주름진 손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울컥함이 있었다. 나의 외로움과 힘겨움을 이해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보듬어주려는 그 작은 호의가 아직 새파란 햇병아리 약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얼마 전 신문에 보낸 이명 관련 기고에서도 필자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명 환자를 향한 응원의 말이 꼭 필요하다며 끝을 맺었었다. 비록 이명으로 인한 고통의 깊이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환자들이 호소하곤 하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당시의 필자 또한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힘든 걸 누가 알아주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제발 그만’ 등 머릿속을 스치던 생각들 말이다. 그것은 ‘외부 자극 없이도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라는 이명의 객관적인 설명에 가려진 환자들의 힘겨움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힘찬 응원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말이다.

감사하게도 최근 약국을 향한 따스한 관심과 응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약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복약상담 중 건네는 공감 어린 말, 응원의 한 마디가 때론 어떤 약보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말의 힘’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공감의 위로이다. 부연 설명 없이 마음 가는 그대로 고마움을 표하고, 마음 깊이 담아두었지만 입 밖으로 전하지 못했던 인사말에 뭉클함을 느낀다.

더욱이 지금은 여느 때보다 ‘힘내시라’는 든든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모두가 힘든 시국이지만 약사와 환자, 시민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회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재근

  • 인천 비타민약국 약사
  • 서울특별시 시립목동청소년센터 자문위원
  • 서울특별시교육청 공립 서울방송고 티엘씨틴스쿨 운영위원
  • 뉴스로 건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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