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칼럼] 공약 실현 성공 | 뉴스로

[뉴스로 칼럼] 공약 실현 성공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인 20명 이하로 낮추겠습니다”

80~90년대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다. 이 공약은 엉뚱하게도 인구정책 실패로 실현됐다.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12.7명이다. 이 학교의 올해 입학 신입생은 17명으로 1∼6학년 재학생 총 140명, 10개 학급이다. 1학년은 지난해 2개 학급이었던 것이 올해 한 학급으로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관내 605개 초·중교 신입생이 50명 이하인 학교는 107곳(휴교 4개교 포함), 20명 이하인 학교는 7곳이다. 2018년 67곳에서 5년 만에 40곳이 늘었다.

서울에서 폐교 학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15년 금천구 홍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공진중이 문을 닫았고, 올 2월엔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다. 폐교 사태는 초·중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도봉고는 내년 2월 문을 닫는다.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가 폐교되는 건 도봉고가 처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학령인구는 2010년 1011만8920명에서 2020년 789만8876명으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010년 186만10명에서 2020년 129만3373명으로 56만6637명이 줄며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만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2020년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2년 만에 신기록을 경신했다. 세계사에서 전쟁이나 대기근 상황에서도 없던 숫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0년 6.33명으로 가장 높았다. 일명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다. 1970~1975년 4.0명, 1980~1985년 2.23명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 들어 계속 낮아지다가 2015~2019년 1.11명을 기록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엔 인구국(UNPD)은 올해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기대수명과 가임연령 인구 증가로 2030년엔 약 85억 명, 2050년엔 약 97억 명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경제학에서 인구통계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30년 단위로 이어지는 재생산 예측이 가능해서, 길게 보면 100년 정도의 인구 추계가 가능하다. 199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대학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역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내년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떨어져 2025년엔 0.61명까지 낙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가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인구소멸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모든 위기 가운데 가장 근원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이다. 이는 연금 시스템을 지원하는 노동 인력의 부족은 물론 국방, 산업, 부동산 문제로 이어진다.

역대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 등 3대 개혁 모두 저출산과 밀접한 상관성 있는 과제들이다.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3대 개혁도 미래세대에게 폭탄돌리기 식 밖엔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출산율 0%대 쇼크’는 왜 왔을까.

취업난으로 청년층이 안정적 소득 기반을 형성하기 어렵고, 가파른 집값 상승이 주거 문제로 이어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계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맞벌이가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일과 육아의 병행, 사교육비 부담, 주택 구입의 어려움 등 삼중고에 학폭(학교폭력)은 덤이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히 결혼 또는 출생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

정부가 효과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출산율 회복이 어려운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은 더 심해졌다.

아이 낳기 포기로 인해 문을 닫는 학교의 나비효과는 지대하다. 연쇄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공약을 내 놔야 할 때다.


설명환,  서울특별시교육청 자문위원 겸 펄스(주) 대표이사

뉴스제보 jebo@newsro.kr

<©국가정보기간뉴스–뉴스로,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뉴스로 주필ㆍ칼럼리스트


circular-profile-leehosun
circular-profile-jeon
이기원-칼럼하단-바로가기-원형
이도국-역사기행-칼럼하단-바로가기-원형
circular-profile-kimchangsik
circular-profile-kim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