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중구 순례역사길’ 열린다! | 뉴스로
서울 중구

11월부터 ‘중구 순례역사길’ 열린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11월부터 새로운 도보 탐방 프로그램인 ‘중구 순례역사길’ 을 선보인다.

순례역사길은 중구의 주요 천주교 성지와 역사적 장소를 연결한 코스다. 명동대성당을 출발해 중림동 약현성당까지 10개 지점을 지난다. 코스 길이는 6km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순례역사길을 통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명동대성당 ▷이벽의 집터 ▷좌포도청 터 ▷의금부 터 ▷전옥서 터 ▷우포도청 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경기감영 터 ▷서소문역사공원 ▷약현성당으로 10개 포인트다.

모두 조선 후기 사회변혁을 꿈꾼 이들의 흔적과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이다.

코스의 기점인 명동대성당은 올해 지은 지 120년 된 순수 고딕양식의 건축물이다. 명동 초입에 위치한데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뒷받침했던 장소라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명동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성당이 들어서기 전, 근처에는 통역관 김범우의 집이 있었다. 1785년 신앙 집회를 갖다가 형조 관원들에게 발각돼 압송된 ‘명례방사건’ 이 일어나는데 이후 현재의 자리에 명동대성당이 세워졌다. 김범우는 이 사건으로 순교자가 된다.

명동대성당 지하에는 성인 5명과 순교자 4명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청계천 수표교 북측 인근에 있는 이벽의 집터는 한국천주교의 창립지다. 1784년 우리나라 최초로 영세를 받은 이승훈이 이벽, 정약용 등에게 첫 세례를 거행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좌포도청 터, 의금부 터, 전옥서 터, 우포도청 터는 인접 종로구에 위치한 포인트다. 원래는 조선시대 죄인을 다뤘던 관청이나 천주교 선교자 및 신도들을 수감, 고문, 처형하던 박해의 역사를 함께 간직하고 있다.

정동에 자리 잡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성당이다.

1922년 영국성공회의 지원과 신자들의 헌금으로 착공됐다가 자금 등 여러 사정으로 4년 뒤 부분 완공으로 마무리했다. 그 후 영국 렉싱턴 박물관에서 우연히 설계도 원본이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증축공사를 추진해 1996년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한국 전통건축양식이 섞여 있어 건축사적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성당의 명물로는 영국산 파이프 오르간이 있으며 매년 5월과 10월에 열리는 ‘정동야행’ 때는 야간 개방하기도 한다. 또한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의 발상지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적십자사 옆 경기감영 터는 신유박해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문초를 받던 곳이다. 이름 그대로 경기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관청이었으나 시대의 흐름으로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담게 됐다.

서소문역사공원은 우리나라 최대 순교성지이다. 본래 조선시대 공식처형장이었고 19세기에는 천주교인, 동학교도 등이 자신의 신념과 목숨을 맞바꿨다.

이곳에서 희생된 천주교인 중 44명이 성인으로 시성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때 25명이 성인의 직전인 ‘복자’ 로 추가 시성됐는데 향후 성인으로 시성될 예정이다.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성인이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코스의 종착지인 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이자 최초의 벽돌조 건물이다. 1892년 완공됐으니 명동대성당보다도 6년 앞섰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지어졌는데 이 같은 입지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약현’은 고개 이름인데 예전에 약초밭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도심을 등진 것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찾는 사람이 많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결혼식 장소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순례역사길 해설사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현양안내자 18명이 나선다. 그동안 성지 순례길 안내자로 활동해 온 이들은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이중에는 19년째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도 있다. 순례역사길 해설을 맡기 위해 지난 8월에는 중구의 역사문화교육을 집중 이수했다.

순례역사길은 매주 수·토요일 오전10시에 출발한다. 4명 이상이면 해설사를 배정받을 수 있는데 중구청 홈페이지 또는 전화(3396-4623)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중구는 11월과 12월을 시범 운영기간으로 정해 해설사와 탐방객 의견 등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내년부터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한양 620년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중구는 조선 초부터 대한제국까지 역사의 여러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순례역사길은 그 중 하나인 조선 후기에 있었던 사회 변혁 역사와 그 의미를 알리기 위해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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