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장쾌하고 조망이 뛰어난 수려한 경관 ‘기백산, 금원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장쾌하고 조망이 뛰어난 수려한 경관 ‘기백산, 금원산’

명산이 많은 함양 거창은 산세가 유순하고 울창한 수림에다 계곡이 많아 곳곳에 옛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정자가 있어 풍요로워 보인다. 기백산은 산마루를 경계로 북서쪽으로는 금원산(1,352.5m), 동쪽으로는 오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음양의 조화를 이룬 산으로 남성(기백산)과 여성(금원산)에 비유한다.

1,000m가 넘는 20여 개의 명산들이 병풍을 두른 듯 울타리를 쳐산꾼들에게 인기가 좋아 각광을 받고 있다. 주위에 덕유, 황석, 거망, 월봉, 현성산과 함께 산맥이 파노라마를 이뤄 서부알프스라 부른다.

옛 이름은 지우산(智雨山)으로 불렸고, 화강암을 지반으로 우뚝 솟은산이다. 주정을 빚는 누룩더미같이 생긴 바위돌이 탑을 쌓아 올리듯 포개어진 봉우리를 갖고 있어 속칭 ‘누룩덤’이라고도 부른다.

기백산 운해_함양군청 홈페이지 갈무리

1983년에 금원산과 더불어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산정 남쪽기백 평전은 가을을 수놓는 억새꽃의 휘날림으로 인간의 시름을 함께 띄운다. 산상 사중천수(沙中泉水)의 맑은 샘을 갖고 있는 것이 이산의 특징이다.

옛 안의삼동(安義三洞= 화림동, 심진동, 원학동)의 유서 깊은 명소들을 주위에 안고 있다. 삼동 중에서도 심진동(용추계곡 혹은 장수계곡)은 크고 작은 암반위의 소(沼)와 폭포들이 울창한 수림과 함께 40여 리에 달하는 승경을 이루어 웅장함을 더해준다. 4계절의 특색이 산마다 있지만 특히 기백산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산꾼들이 눈 산행에 눈독을 올리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기백산 설경_함양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갈무리

기백산 등정길은 세번째로, 이번은 눈 산행이다.(10/30)

경남유형문화재 제54호인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德裕山 長水寺曺溪門)’이란 현판이 걸린 일주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장수사지는(485m) 조계문이 일주문으로 커다란 통나무 기둥 위에 화려한 8각 지붕으로 세워져 옛 영화를 말해주는 듯 쓸쓸히 흔적을 지켜주고 있다. 장수사는 신라 소지왕 9년(487)에 창건하여 많은 암자를 가졌던 대가람으로, 1950년 6·25때 소실되었다. 용추사도 원래 장수사의 부속암자인 용추암 자리에 세운 절이다. 아래에는 용추 폭포가 있고 높이 30m직경이 25m, 물 깊이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일주문을 통과해 얼마 가지 않아서 오른쪽 골짜기로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산행로가 도수골로 접어드는 초입이다. 차가운 날씨에 몸이 움츠러든다. 나무 끝에 맴도는 매서운 삭풍은 얼굴을 할퀸다. 벌거벗은 나목 사이 길을 하얗게 덮은 눈은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다. 너덜로 이어진 동남간 산비탈을 지나 다시 휘돌아 도수골에 들어섰다.

삼단 폭포와 60m와폭이 있는 도수골은 산등과는 멀리하고 있다.

낙엽송 숲길을 지나 도수골 상단 물 건너 주능선 안부에(1,080m)오르자 동서쪽 황석, 거망과 서북쪽 덕유, 월봉, 금원 등 날카로운 봉우리가 하얀 눈으로 덮여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인간의 탐욕도 덮은 것이다. 능선 상에는 눈이 발목을 잡는다.

멀리 뻗어 내린 산맥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 이곳이 어딘지 속세가 어딘지 분간키 어렵다. 굽이굽이 퍼져나간 산등을 돌고 돌아 이어지는 눈길에 푹푹 빠지며 내가 지나간 발자국이 흔적을 남긴다. 입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난다. 억새도 산죽도 모두 자연의 신비에 묻혀 원래의 모습을 감춘다.

산정에 닿았다.(12/20, 산행시간 1/50) 강풍이 몰아쳐 견디기 힘든다. 고학리, 점터마을쪽 산로는 러셀이 되지 않았다. 길을 덮은 눈이 너무나 아름답다. 지리의 천왕봉과 가야산이 멀리 눈 위에 떠있어 신비스럽고, 그 줄기 따라 뻗어 내린 산맥들이 첩첩으로 상고대를 이룬 풍경에 감탄의 연발로 답례를 대신했다. 산정 표시석 옆에 무너질 것만 같은 돌탑 2개도 강풍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정을 지키고 있다.

산정을 떠났다. ‘누룩덤’ 아래 암릉 구간을 지나 책바위와 시흥골 삼거리 지나는 능선길은 하얀 백설을 깔아 멋진 풍광이 전개되고 눈 위에 발자국 남기며 걷는 기분 또한 눈이 안겨준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하겠다. 능선길 차디찬 바람도 능선을 타고 동서로 오가고 있다. 끝없는 능선길은 환상적이다. 어느새 수망령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게 된다. 말등 같은 능선길은 억새밭으로 이어지고 가끔 접하게 되는 거암도 모두가 하나의 색깔로 단장하였다. 기백에서 금원산정까지 이어지는 3.5km의 긴 능선길은 다른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동봉을 지나 민둥봉인 금원산(1,352m) 산정에 닿았다.(2/20) 바람이 매섭지만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쉼 없이 달려온 길 뒤돌아보니 멋진 풍광이다. 월봉산, 거망, 황석, 기백, 금원으로 이어지는 서부알프스의 산맥들이 하나의 끈으로 묶어 상고대를 이룬 모습이 고요에 잠겨 적막이 감돈다. 우리 인간의 마음도 밝고 맑게 하나로 묶여졌으면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남겨준 지혜라 하겠다. 기백산을 접고 금원산을 벗겨본다.

금원산_거창군청 홈페이지 갈무리

금원산은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함양 안의면과 경계를 이루는 거창의 서벽(西壁)이다. 산중턱에는 금원숭이(金猿)가 바위굴에서 나와 놀았다는 전설로 유명한 금원암(金猿岩)을 비롯해서 일암(一岩), 일봉(一峯), 한골짜기(一谷) 등의 전설과 그 밖에 지우암(知雨岩), 금달암(金達岩), 마실암, 이자성(二字姓), 서문가(西門哥)바위, 범바위, 선녀담(仙女潭) 등의 명소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성인곡(聖人谷), 유안청터와 지재미골의 두문동(杜門洞) 등은 옛집터와 더불어 주위 경관이 수려하고 깊은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흘러 넘쳐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유안청계곡(가섭연폭, 옛 이름)과 지재미골은 거창의 승경(勝景)이며, 지재미골의 문바위(門岩) 북쪽 계곡 가섭사(迦葉寺) 터 암굴암에 부각되어 있는 보물 제530호인 마애삼존불(磨崖三尊彿)은 고려 초기 작품으로 가섭사의 불상이 있다.

유안청계곡은 서남쪽으로 각각 자리 잡은 기백산과 금원산의 두자락에 아늑하게 담겨져 있는 계곡으로 물과 수림이 어우러져 미끈한 암반 위로 물살이 하얗게 부서져 흘러내린다. 점터마을 쪽에 있는 조리처럼 생긴 미폭(米瀑)은 높이가 70m되는 폭포로, 옛날 폭포 윗쪽에 동암사라 불렸던 절이 있어 그 곳에서 쌀을 씻는 뜨물이 흘러내려 미폭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동암사가 없어진 후 서당(書堂)이 들어섰다 하는데 지금은 주초만이 남아 있다. 하늘에서 세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다는 선녀담(일명 각시소)과 붉은 빛깔을 띈 화강암(花崗巖) 암반(岩盤)을 타고 쏟아지는 물결 모양이 붉은 노을 바탕에 흰 구름이 떠서 흘러내리는 것 같다고 이름 붙인 자운(紫雲)폭포, 그 윗쪽 금원산 수호신(守護神)이라고 부르는 300년 된 두 아름드리 소나무(송자(松亭)와 주위의 산동백나무, 단풍나무들이 어울려 매우 아름다운 풍경화로 수놓은 그 위에 유안청폭포의 긴 와폭(臥瀑)이 누워 있고 그 위가 직폭(直瀑)이다.

유안청폭포는 폭 10m, 길이 190m로 화강암반을 타고 3층을 이룬다.(1층 30m, 2층 80m, 3층 80m) 미폭에서 무명폭포까지 2km에 달하는 계곡은 白盤巖石(백반암석)이 이어져 청결한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 환상적인 곳이다. 이태(李泰)가 쓴 ‘남부군’에 기백산 북쪽 기슭 어느 무명 골짜기에 이르러 500여 명의 남부군(南部軍)들이 남녀모두 부끄럼도 잊은 채 옥 같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였다는 곳이 바로 유안청계곡이다.

지재미골은 가섭사지에 마애삼존불과 관리사(寺)가 있고 그 위 3천 여 평의 논과 몇 채의 농가가 있다. 이원달, 유환 두 선생의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지절을 지킨 두문동도 여기에 있다. 지재미골 어귀에 있는 문바위는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호신암(護神岩), 가섭암(迦葉岩), 금달암(金達岩), 두문암, 지우암(知雨岩), 기도암(祈禱岩), 용의 여의주(如意珠) 등 많은 이름들을 얻은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 제일 큰 바위이다.

이렇듯 유안청계곡과 지재미골을 가진 금원산은 산정(山頂)을 이루는 두 봉우리의 모양새가 여인의 가슴과 흡사한 여성적인 산이다.

경남도에서 자연휴양림으로 개발하여, 유안청계곡 위 산허리를 돌아 금원암(일명 납바위) 아래를 거쳐 지재미골로 이어지는 임도가 잘되어 있고 곳곳에 야영장 및 위락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다.

조망을 끝내고 하산길은 왔던 길을 뒤돌아 동봉에서 유안청포길을 향하여 내려갔다. 푹푹 빠지는 경사진 눈밭길이 연이어진다. 산길 바닥은 눈으로 덮었고 경사길을 슬금슬금 걸어가야 하는 힘든 하산 길이다. 골마다 길마다 눈이 쌓여 미끄러져 넘어지며 엉덩방아 찍고 무릎 위까지 빠지며 걸어가는 잔재미 또한 겨울산행의 맛이다.

전설로 전해진 금원암을 꼭 가고 싶었지만 산로와는 떨어진 곳에 있고 눈이 쌓여 갈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채 하산길을 서둘러야 했다. 뺨은 차갑고 시리지만 몸속에는 땀이 난다. 이윽고 계곡물소리가 가까워진다. 계곡을 만나 아래로 내려와 남부군의 전설로 유명한 유반청계곡에 닿았다. 3층으로 이뤄진 폭포의 물결이 거세게 굽이쳐 흐르는 절승을 목도하게 한다.(3/20)

눈 속에 뒹굴며 힘겹게 하산한 어려움도 폭포를 보는 순간 모두 잊게 된다. 찬바람 속의 눈 속 산행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하얀 눈 마음이 우리의 마음도 하얗고 맑게 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 숙여진다.

폭포를 지나 임도에 들어서게 되고 산막을 보게 된다. 이곳부터는 임도를 하산하게 된다. 볼수록 좋은 울창한 산빛, 들을수록 편안한 물소리, 군데군데 잘 가꾸어진 쉼터의 정자, 청정지대의 나무숲도 환상적이다. 임도 변에서 점터마을까지 가는 길은, 서럽도록 아름다운 유안청계곡의 수정 같은 맑은 물이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송정을 지나 자운폭포, 문바위 선녀담, 미폭을 거치는 하산길은 힘찬 산세와 청청한 계곡을 동시에 감상하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 손짓하는 선녀담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슴 벅찬 감동을 만끽하였다. 못다 본 수많은 비경과 절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움을 간직한 채 유안청계곡을 뒤돌아보며 총총걸음으로 발길을 옮겼다.(4/20)

교통편: 들머리점) 거창서흥여객, 용추사 일주문 가는 버스는 1시간 간격 하산점) 거창서흥여객 – 위천면 점터행 버스 이용 4회 이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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