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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권한 그리고 책임과 사명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권한 그리고 책임과 사명

지난 6·3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 242명과 지방의회의원 3,800여 명이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새로운 기대 속에 민선 9기가 출범했다. 재선 이상도 있지만 초선 당선자도 많아 지방행정과 정치계에 새 바람이 예상된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 아마추어에 의한 실험행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선거 후 당선자의 인터뷰나 취임사에 거의 공통으로 들어가는 의미 있는 멘트가 있었다.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고 일하겠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공직생활을 하며 많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곁에서 봐왔기에 이 말이 홍보용 멘트가 아닌 진심이기를 바라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다짐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당사자들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자치단체장의 경우를 보자. 물론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고 각자의 분야에서도 인정받아 왔기에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만 달라져도 문화가 다른 법인데, 행정이란 것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오죽하면 정치인으로 성공해서 1990년대 장관까지 지낸 어느 전 국회의원이 장관 퇴임 인사를 하며 “행정이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몰랐다!”고 했을까?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꾸준히 발굴해야 하고, 특히 급증하는 각종 갈등을 해소해야 하기에 그 여정은 정말로 험난하다.

먼저,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은 해당 단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한다. 즉, 통할대표권을 가진다. 그러나 이 큰 권한 때문에 상당수의 단체장이 오히려 자충수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마치 그 지역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지연이나 학연 또는 정파에 얽매인 편파 인사를 단행하고, 예산을 마치 개인 금고처럼 생각해 재원을 임의로 비합리적인 배분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는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어 결국 다음 선거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아울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찾아오는 내면의 유혹, 즉 ‘치적 쌓기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수요나 재정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치적만 생각해 경전철이나 대형 문화체육시설 등을 무리하게 건설(립)하거나 산하기관을 신설했다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된 사례를 우리는 많은 지역에서 보아왔다. 후보자 처지에서 약속한 공약은 어디까지나 선거를 위한 공약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임한 후에는 철저한 검토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 공무원들은 공약에 대한 시행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제도적 문제나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 그리고 전체 정책의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냉정하게 검토하여 추진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책을 결정할 때 최고의 가치는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 많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까지 보완하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되, 일단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한 집행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인사(人事)를 잘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1,435개 기업의 40년 역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한 가지 기술’을 한 마디로 답해달라고 한다면 ‘적합한 사람을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고 말하겠다”라고 했다. 각 직무에 맞는 인재를 배치해야 일이 물 흐르듯 잘 풀린다. 특히 승진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놓아 지역의 발전은커녕 조직 발전도 이룰 수 없게 된다. 이 중요한 인사권을 독점적 권한으로만 인식해 남용하다가 사법처리까지 받는 이들이 있지 않는가. 특히 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장의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임명하지 않고 선거 과정에서의 논공행상이나 다음 선거를 의식해 정치인이나 비전문가를 낙하산으로 임명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의 경우를 보자.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법률 격인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 예산안 의결, 행정사무감사·조사 등을 통해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협력하는 자치단체의 양대 축의 하나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우리 지방의회는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다. 즉, 집행기관의 정책이나 예산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역으로 건전한 대안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행정의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의 핵심 권한인 조례 제·개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치단체의 분야별 정책을 깊이 파악하고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행정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례의 개정안과 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집행기관에서 조례안이 제출될 경우에도 철저한 심의를 통해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예산안 심의나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권한을 악용해 사익을 챙기다 사법처리까지 받는 구태나, 질의할 때 피의자 심문하듯 공무원을 거칠게 대하는 고압적인 행태 등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과제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행복한 국가를 만든 리더십’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에서 스웨덴 전 총리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잠시 빌린 수단일 뿐이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7월 1일 취임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국(시·도·군)민만을 생각하겠다”는 다짐이 말 잔치로 끝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 이번 민선 9기를 계기로 우리가 직면한 경제난을 타개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사 정정 신청최영무 기자 · 뉴스제보 jebo@news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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