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깎아 세운듯한 기암절벽은 절경의 전시장 무등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깎아 세운듯한 기암절벽은 절경의 전시장 무등산

백설이 산야를 뒤덮은 날 발길을 무등산으로 옮긴다.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은 노령산맥 가운데 가장 높은 산으로 광주시 동쪽 가장자리에 우뚝 솟아 산세가 유순하고 둥그스름한 모습이 덕스럽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갖게 해 광주 시민의 신앙이 되어 온 신산(神山)이다. 무등이란 더할 나위가 없어 견줄만한 상대가 없다는 뜻이다.

산정을 중심으로 펼쳐진 웅장한 기암괴석, 입석대(立石臺), 서석대(瑞石臺), 광석대(廣石臺), 규봉(圭峰)의 선돌(삼존석) 등 절묘한 4대 석경(石景)이 자리한다. 특히 서석대는 해금강의 한 부분을 산 위에 올려놓은 것 같다고 절찬한 육당 최남선은 금강산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비길 경승(景勝)이 없다고 했다.

무등산 입석대 / 무등산 국립공원 갈무리

조선조 시가의 큰 별인 송강 정철이 식영정(息影亭)에서 성산별곡을 창작한 곳이기도 하며 충장공 김덕룡 장군의 충혼이 살아 숨쉬는 충장사를 비롯하여 고승들의 유적과, 산기슭과 산허리에 증심사, 원효사, 약사사, 규봉암 등 사찰이 산재하여 천년의 세월과 더불어 숱한 전설과 소중한 문화재가 담겨져 있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녹음방초에 골짜기의 시원한 물줄기, 가을의 단풍과 억새, 겨울의 빙화와 설경 등 어느 한 계절도 나무랄 데없는 광주의 진산이다. 이런 연유로 무등산은 광주시민들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무등산을 광주의 모산이라 하고 마치 뒷동산을 오르내리듯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심 속의 산으로 시민의 안식처요, 광주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다. 산정인 천왕봉과 지왕, 인왕의 세 봉우리가 기기묘묘 형상을 이루고 있으나 지금은 통제구역으로 출입을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도립공원이지만 입장료도 받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개방시킨 무등산을 증심사에서 시작한 산행은 초입부터 눈을 밟으며 오른다.(11시) 메마른 가지마다 하얗게 눈옷으로 갈아입었고 산로 할 것 없이 무등산은 온통 백설을 깔고 새로운 모습으로 길손들을 맞이한다.

1시간이 넘도록 눈밭을 일군 산길 따라 ‘중머리재’에 닿았다. 나무는 없고 온통 풀밭으로 이뤄진 언덕이어서 중머리재라고 한다.(12시) 다른 계절은 형형색색의 빛깔을 내지만 겨울은 오직 하얀색 하나로 그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야는 눈으로만 산등을 가득 채웠고 억새밭으로 이어진 눈길 따라 언덕을 넘어야 했다. 광주시와 화순군의 경계인 장불재에(해발 900) 닿자(12/30) 정상 쪽 입석대와 서석대의 빼어난 모습은 설경으로만 장식된 황홀이 장관을 연출한다. 억새풀밭으로 펼쳐져 긴 초원지대를 이룬 장불재도 눈과 은빛이 조화되어 눈을 시리게 하는 별유천을 만들어 놓았다. 가을이면 억새풀이 백마능선까지 펼쳐져 그야말로 황금밭으로 물결친다.

이토록 신비의 세계를 한순간에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자연의 신통력은 인간과 우주를 지배하는 것이다.

좌측으로 돌아 입석대를 향한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오르자 매섭게 부는 찬바람이 등골을 오삭케 한다. 절경에 올랐다. 해발 1,017m에 위치한 이곳 입석대는 무등산의 으뜸 명소로 10m~20m에 이르는 비석처럼 생긴 바위들이 40여 개가 포개져 반달형으로 세워져 신비로운 그 자체가 멋이다. 광주의 시가지와 무등산의 골짜기마다 상고대를 이룬 설경에 도취되어, 다시 서석대(1,105m)로 발길을 옮겼다. 입석무더기가 서쪽으로 늘어서서 저녁노을이 반사되면 특히 수정처럼 빛을 발산하는 서석대(일명 수정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조망 또한 일품이다. 차가운 날씨지만 백설이 안겨준 신비함에 탄성이 절로 난다.

무등산 서석대 정상 / 무등산 국립공원 갈무리

무등산은 일명 서석산이라고 부르는 것도 서석대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늘따라 두 명소의 절경이 설경으로 눈꽃을 피워 미소짓는 모습은 참으로 앳되고 아름답다. 봄이면 철쭉꽃과 어우러져 천하절경을 이루는 산정의 천왕봉, 지왕, 인왕의 3봉우리가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루는데 지척에 두고도 출입을 금하고 있어 아쉬움을 안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장불재로 왔다.(1/35) 발걸음을 규봉암으로 옮겼다. 몸놀림도 빨라진다. 눈 속을 헤치며 가는 속도가 빨라지자 폭삭폭삭 소리 내는 발자국의 음률도 함께 바빠진다.

덕살 너덜과 쌍벽을 이루는 유명한 지공너덜을 지나 한구석에 자리한‘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석불암에 잠시 목도했다. 가끔 몰아치는 진눈깨비 맞으며 숲속을 지나 닿은 규봉암(寺)은 규봉의 입석 사이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이다. 신라의 상선사가 창건하였다. 바위사이로 언제나 일정한 양의 물이 흐르는 것이 특이하다.(2/35)

사찰을 둘러친 규봉(圭峰)은 여래존석, 관음존석, 미륵존석(삼족석선돌) 기둥인데 무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바위가 유난히도 검다. 규봉 아래 반석은 광석대(廣石台)라 부르며 무등산 4대 석경의 하나로 전망이 매우 훌륭해 구례 쪽 지리산, 순천 조계산, 광양 백운산을 볼 수 있고 남으로는 월출산과 모후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의 압권이다. 규봉을 등지고 꼬막재로 향한다. 돌길도 눈으로 덮어놓아 걸릴 것 없는 오솔길을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 앞선다. 겨울 눈산을 종일토록 밟고 산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좋게 일정을 잘 받아서 몇 년 만에 눈길 산행을 하게 되어 오늘은 잊혀지지 않는 산행일지로 기록될 것이다.

하산길엔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이 새롭게 아름답다. 어느새 맑고 깨끗한 옹달샘에 닿아 약수 한 잔 마시며 능선길을 계속 갔다. 큰길 삼거리를 만나 좌측으로 돌았다. 직진길은 신선대가 있는 북산가는 길이다. 삼거리 고개를 넘자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있는 꼬막재에 닿았다.(4/35) 꼬막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밋밋한 넓은 벌판으로 억새가 재를 메우고 있고 앞이 확 트여 시원스럽다. 또 하나의 샘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돌려 마지막 하산지점인 무등산 휴게소가 있는 주차장에 닿았다.(5/20) 6시간이 넘는 눈길 산행을 이곳에서 마감케 된다.

무등산은 증심사 원효사 등 고찰이 있고 수많은 명소 그리고 충혼이 깃든 역사가 살아 숨쉬고, 광주시민에게는 어머니 품속 같이 감싸주고 안아주는 명산으로 광주시민의 품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교통편: 광주시내~증심사행 버스 계속해서 종일 운행
광주시내~원효사행 버스 계속해서 종일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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