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키로파에디아’가 말해주는 리더십 | 뉴스로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키로파에디아’가 말해주는 리더십

크고 작은 조직이나 단체에서부터 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리더가 있고, 그가 가지고 있는 리더십에 그 조직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특히 국가의 경우에는 지도자가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과 안전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며 정치나 경제상황이 많이 혼란스러울 때 국민은 더욱 훌륭한 리더십을 갈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선인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서는 서양 고전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왕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전이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저작에 주어지는 영예이며, 그 고전이 선인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혜의 집적물이라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살아 있는 원리로 작용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키로파에디아>를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이자 최고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이 썼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로마의 영웅 율리어스 카이사르가 애독했고, 근대에 와서는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도 애독했다고 한다. 아는 바와 같이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559년에 40세의 나이로 페르시아라는 대 제국을 건설하여 29년간 통치한 왕으로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으로 묘사할 만큼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그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리더는 정의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키루스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가 “선생님에게서 뭘 배웠느냐”고 묻자 키루스는 “법에 근거하는 것이 옳고, 법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판결을 내리는 사람은 언제나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답했다. 모든 정의는 법에 근거해야 하며 법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크든지 작든지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개인적인 생각보다 법이나 규정에 의하여 판단하고 운영해야 그 조직이 안정되고 구성원들 또한 안심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영위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준법정신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다만, 행정분야에 있어서는 ‘적극행정’이라는 현대행정의 특성을 고려해서 법이나 규정에 근거가 없더라도 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한 사람들을 악한 자들로부터 보호도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한 사람을 우리는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시대에 과연 선한 사람들이 법의 보호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아니다. 따라서, 국가와 지도자가 법에 의해 기본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선한 자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고난을 함께 나누라는 것이다. 구성원이 없다면 리더가 존재할 수 없다. 즉 따르는 사람(follower)이 있어야 이끄는 사람(leader)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르게 할 수 있을까? 키루스의 아버지 캄비세스는 대군을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는 아들에게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는 방법’에 대하여 가르친다. 키루스는 지금까지 ‘복종하는 자에게 명예를 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처벌과 불명예를 주는 방법’ 즉, ‘신상필벌’의 지도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이 방식은 ‘강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는 방법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너는 그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슬퍼해라. 그들이 고통받고 있으면 도우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치지는 않을지 항상 염려하며, 실제로 닥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리더가 구성원의 평안을 염려하고 생사고락을 같이 할 때 리더는 존경을 받게 되고 변함 없는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모 TV 방송국에서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리더십’이라는 특집을 방영했는데, 거기서 모델이 된 스웨덴의 잉바르 칼손 전 총리가 인터뷰 중 “내가 얻었던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잠시 빌린 것(수단)일 뿐이다”고 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도 앞으로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에 이러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우선, 며칠 후면 우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자 국가의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의 구성원이니 만큼 더욱 준법의식을 가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자신의 정치적 욕심보다 진정 국가의 발전을 위한 사명감을 가지며 지역구를 먼저 챙기는 지방의원과는 달리 국가를 항상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많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의 욕심일까?

* 이기원 칼럼니스트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원에게 소통이란 세상살이에서 양념 같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소통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온갖 가십을 소재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특히 경제가 가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소통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은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기원은 칼럼을 통해 가십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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