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문화유적의 성지 ‘비슬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본 명산] 문화유적의 성지 ‘비슬산’

옛부터 영험 있는 수도처로 알려져 성인이 천 명 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비슬산(일명 소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양동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때 인도의 고승들이 와서 산을 구경하고 범어로 이같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특히 명승 일연(一然)이 20대를 보낸 수행지였다는 사실은 이 산의 깊은 내력을 말해준다. 신라 때 관기화상과 도성국사라는 두 성사(聖師)가 각각 관기봉(983m)과 도성암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무찌르고 크게 공을 세운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말년에 벼슬도 마다하고 비슬에 들어가 모든 근심을 잊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쓴 시가 있다.

속세를 떠난 나를 벗님들이 가련타고
낙동강변에 오두막을 지어주네
솔잎 예 있으니 굶주림 없으리라
맑은 샘물 마시니 목마르지 아니하다
고요히 비파 타니 마음은 담담하고
문 닫고 편히 쉬니 뜻은 깊고 깊도다
백년 지나 모든 것 쓰러진 뒤
나를 비웃지 말고 나처럼 신선되세

유가면에 위치한‘ 예연서원’, 이 곽재우 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며 시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슬산은 조용하고 멋이 있고 모양이 우람하고 장중하며 남북으로 날개를 길게 뻗고 동쪽을 향하여 날아가는 모습이다. 협곡이 많고 수목이 울창하여 바위가 튕겨져 나올 듯 험악하면서도 평화롭다.

고스락은 넓은 평원으로 가을에는 억새가 주릉을 메우고 까치박달과 진달래 군락지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소나리 외에 흰 진달래는 희귀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600여 종류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비슬산 / 대구광역시 홈피 갈무리

달성군에서는 매년 5월에 비슬산 철쭉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산 전체의 우점수목은 소나무와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이며, 울창한 숲을 이룬 자연휴양림으로 만들어져 계곡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 휴양림에 있는 소재사를 들머리로 시작한 답사길은 사람이 사람 속에 묻혀 인산인해를 이룬다.(10/10) 참꽃축제 전야제를 3일 앞두고 각지에서 만개한 진달래를 보기 위해 몰려온 상춘객들의 옷자락이 오색물결로 파도친다. 소재사는 고려 말 공민왕 7년 (1358) 진보법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으나 대견사나 그 골짜기에 석불입상이 신라시대의 것이고 보면 소재사도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있다. 조선 세조, 중종, 숙종, 현종 때 명망 있는 대사들에 의해 중창되었다고 사기에 기록되어 있고, 주로 수도처로 일관된 선종사찰이다.

이곳 사찰을 중심으로 능선에 뻗은 암기류는 길이 약 2km, 사면 15。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형성된 지형이다. 울창한 수림 사잇길로 비접고 오르다 노산 이은상의 시 ‘나무의 마음’을 읽게 된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꺾으면 눈물 흘리죠

이 한구절의 시는 자연의 생명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휴양림을 지나 대견사지(大見寺址)에 닿았다.(11/40) 하늘에는 축제를 알리는 대형 애드벌룬을 띄웠고 풍선이 수를 놓아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30만 평에 자생하는 진달래 군락지로 매년(4월 말에서 5월 초) 참꽃 축제가 열리는 이곳에는 사람과 꽃이 한데 어울려 물결친다.

·대견사지(大見寺址 해발 950m)
신라41대 헌덕왕 때 세워졌다는 사찰로서 큰돌을 다듬어 약 40m 폭에 높이 8m의 축대를 쌓아 100여 평의 터를 일군 곳으로, 3층석탑만이 남아 있는데 오랜 풍상으로 상륜부가 떨어져 나갔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밖에도 조화봉 남쪽자락에 임진왜란 때 쌓아올린 비슬산성이 있고 곽재우가 쌓아 만든 석문 산성, 양동리성, 오동성, 설화동성, 현풍유성, 흙으로 쌓은 구타동성과 우록동성도 남아있다. 산의 내력과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유적이 명산으로서 면모를 갖춘 것이라 하겠다. 인파를 뚫고 평원에 올라 조화봉을 중심으로 거대한 30만평의 평원에 피로 물들인 꽃동산이 눈을 시리게 한다.

애잔한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은 호소하는 듯 가슴에 닿아 잔잔한 동요를 일으킨다. 발길 따라 꽃길 따라 산정에 닿으니 3시간이 소요되었다.(1/10) 산정을 중심으로 조화봉 능선까지 굽이굽이친 꽃밭을 누비는 상춘행렬 또한 장관이다. 자연이 연출한 화원 앞에서 가없는 하늘과 암릉이 하늘금을 긋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장엄함에 세상사를 훨훨 털게 된다. 속세를 떠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사색의 여유도 갖게 된다.

비슬산 / 대구광역시 홈피 갈무리

광활한 억새밭 능선을 밟으며 진달래 꽃향기에 취해 하산길에 접어든다. 낙동강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대구 시가지가 거대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손에 잡힐 듯하고 팔공산과 남산이 훤히 보인다. 총총걸음으로 따가운 봄햇빛을 안고 급경사길을 곤두박질치며 도통 바위를 지나 인도로 내려와 1600년 된 고찰로 신라흥덕왕 때 도성국사가 초옥을 짓고 수도를 시작으로 개창된 도성암과 조선 숙종 때 도경선사가 창건했고 비구니승의 수도장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수도암을 거쳐 유가사 주차장에 걸음을 멈추고 비슬산과 작별을 고했다.

유가사는 유가종 총본산격의 사찰로서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도성국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비슬산의 암석모습이 마치 유(瑜=아름다운 구슬)와 부처의 형상과 같다하여 유가사라고 명명된 신라 고찰이다.

비슬산은 불가의 산으로 수많은 고승들이 머물다간 명산으로 자연이 창조한 아름다운 숲에서 맑은 공기와 향기를 찾아 내 몸과 마음에 일치되는 자연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찾게 해 주는 명상의 산이다.

교통편 유가사기점(창성여객) – 대구 서부시외버스 정류장에서 1일 26회, 운행하는 창녕행 직행버스 이용
자연휴양림기점(창성여객) – 토, 일요일 서부터미널 앞 일반정류소에서 8회
※평일에는 유가사행 버스를 이용,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하차, 도보로 가야 함.

뉴스제보 jebo@newsro.kr

<©국가정보기간뉴스–뉴스로,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뉴스로 주필ㆍ칼럼리스트


circular-profile-leehosun
circular-profile-jeon
이기원-칼럼하단-바로가기-원형
이도국-역사기행-칼럼하단-바로가기-원형
circular-profile-kimchangsik
circular-profile-kim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