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덕유산(德裕山), 설경 속에 빠져든다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덕유산(德裕山), 설경 속에 빠져든다

덕유산은 1975년 국립공원 제 10호로 지정되었다. 영역으로는 무주구천동을 포함하여 향적봉, 낙덕유지역, 북쪽의 거칠봉지역, 북서쪽의 적상산이 합하여 하나의 국립공원이 된 것이다. 넓은 품에 아름답고 깨끗한 33경의 무주 구천동을 비롯하여 아직도 깊숙한 골짜기에 계곡과 폭포, 담과 소가 아직도 속살을 감춘 비경들이 있다.

12대 명산 중 하나로 백두대간 소백산맥의 허리격으로 1,000m이상의 고봉이 있고 2개 도와 4개 군으로 합쳐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다.

봄에는 고산식물이, 5·6월은 산전체가 철쭉꽃과 기화요초(璂花搖草)로 불이 붙고 여름은 원추리꽃이 산등성과 골짜기에서 출렁대고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붉게 타오른다.

겨울은 가지마다 눈꽃과 얼음꽃으로 눈부시는 빛남이 있고 특히 이름봄 진달래에 겨울 상고대를 첨가하는 신비로움과 청백하고 고 결함은 사계절이 뚜렷한 덕유산에서 볼 수 있는 비경이다.


(사진설명: 덕유산 설경, 무주군청 홈페이지 캡쳐)

갈천 임훈 선생이 쓴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峯記)」에 의하면 향적봉 최 상봉에 향나무가 숲을 이뤄 향적봉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무주리조트가 생기면서 여러 가지 원 넉넉한 가슴으로 남북을 가로지른 27km 종주길 설경 속에 빠져든다

인으로 주목이 없어지고 지금은 일부군락지가 남아있을 뿐 앙상한 고사목만 남아 아픔이 있다. 다시 심어놓은 작은 주목을 세월의 기담으로 기대해 본다.

필자가 쓴 「두고온 명산」에 덕유산, 「찾아간 명산」에 남덕유산을 소개한 바 재차 설명을 생략하고 이번 답사길은 덕유산 종주 27km의 설경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무주 삼공리 구천동에서 향적봉, 남덕유산, 서봉을 거쳐 영각사로 이어지는 11시간의 긴 여정이라 하겠다.

무주 구천동 삼공리에서 시작되는 구천동 33경은, 1경인 나제통문을 시작해서 삼공리까지 15경은 자동차로 그냥 지나쳐 16경인 인월담이 시작되는 곳이다.

나제통문은 옛날 신라와 백제의 국경문이고, 사신과 교역이 함께 이루어진 곳으로 삼공리에서 18km떨어진 곳에 있다.

33경의 비경은 1961년에 이 고장 지식인들이 발행한 사진첩 「무주의 전망」 61년 9월호 머리말에 기록하고 있다.
종주길에 나선 것은 정오 조금 넘은 12시 25분, 동호인 여러 명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외길인 넓적한 인도를 끼고 계곡길을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매서운 찬기류를 안고 16경 인월담을 들머리로 소와 담으로 아우러지는 선경의 명소가 줄을 잇는다. 얼어붙은 얼음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쉬엄쉬엄 주위 풍경의 감상 속에 마지막 휴게소인 이속대를 지나 어느 새 백련사 일주문에 왔다. 옛날 이속대는 14개 사찰의 관문으로 전해지고 백련사(白蓮寺해발 910m)는 구천동 중의 암자였다고 한다. 지금은 수도장으로 대가람을 이뤄 덕유산 중심에 자리한다.

현판은 명필 한석봉 글씨라 하는데 진본 인 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 매월당 김시습의 부도를 지나 계단길을 올라 백련사 대웅전 앞에 잠시 발길 멈춰 3배 하고 앞을 가로질러 오른쪽 뒷길 등산로 초입 양지바른 언덕에서 휴식과 점심으로 배를 채운다(11/55 도착, 삼공리-백련사 6km1/30분 소요)


(사진설명: 덕유산 설경, 무주군청 홈페이지 캡쳐)

향적봉을 향한다.(2/20) 올라온 길과는 달리 700m거리에 위치한 향적봉 가는 길은 오름이 계속되는 가파른 길이다. 절을 창건한“ 무염”의 부도로 추측되는 곳을 지나 나무계단을 밟고 숨가쁨과 매서운 바람,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이 몹시 신경을 쓰이게 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눈 덮인 산등선과 사면길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고사목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듯 덕유산 역사를 안고 누운채 지난 세월을 반추하고 있다.

산정을 앞두고 갈림길에서 좌측은 향적봉대피소(산안인의 집)와 샘터가 있다. 대피소 지붕은 하얗게 눈이 덮여 퍽 인상적이다. 우측 산정길 긴 나무계단을 오르다 계단이 머무는 곳에 덕유산 향적봉(1,614km) 산정이 있다.

三南의 산을 조망하는데 인색이 없다. 삭풍이 얼굴을 매섭게 치지만 눈 쌓인 산정에서 고개를 돌려본다. 영호남의 山과 충청도山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도 아련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풍광의 매료에서 벗어나 200m 거리에 있는 향정봉 대피소로 내려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여정을 풀었다.(3/50 도착, 산행시간 문주상공리에서 3시간 30분 소요, 삼공리-향적봉 8.5km)

낙조를 보기 위해 다시 대피소를 나와 산등성이에 설화를 꽃피운 나뭇가지가 미소 짓는 사잇길로 거닐어본다. 샘바람이 옷깃을 매섭게 후려친다. 이 장엄한 자연과 매몰찬 바람 앞에 어리석음과 욕망도 버리고 희망찬 창조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더니 이윽고 거대한 불덩이가 핏빛바다에 불을 지핀다. 하루의 여정을 접고 둥지로 돌아가는 현란한 모습은 새로운 세계로 바꾸어 놓는다. 내일의 여정을 위해 다시 내려와 대피소에서 손수 만든 저녁 식사의 맛은 일품이다.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들도 속속 대피소를 찾아온다.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 덕유산이다.

잠자리에 들자 밤이 깊어간다. 대피소의 방은 찜질방이다. 아담하게 새로 단장한 대피소는 70여 명 밖에 수용 되지 않지만 깨끗하고 난방시설이 잘되어 찜통 속에 들어간 것 같이 온몸이 땀에 젖어 옛날시골에서 잠자는 온돌방 생각이 난다. 내일은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기상청 발표에 걱정이 앞서지만 피로에 지친 몸이 잠을 청하고 동호인들의 코고는 소리는 귀청을 뚫는다.

21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산장도 조용하고 예보와는 달리 바람도 잠이 들어 일찍 서둘러 아침을 끓여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어제꽃피운 설화도 온화한 날씨로 떨어져 잔설을 밟고 종주길을 떠나야만 했다.(아침 6/55)


(사진설명: 덕유산 중봉, 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쳐)

중봉을 향한다. 몸이 가볍다. 구름 한 점 없는 오늘 산행은 영각사까지 가야하기에 발길을 재촉한다. 멀리 펼쳐진 능선길이 일품이다. 중봉(15km)에 닿자(7/13) 일출을 보기 위해 머물렀다. 20분 가까이 기다려 본 일출은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덕유산을 향해 발한빛은 생동감을 넘치게 한다. 다시 광대한 평원인 덕유 평전을 가기위해 급경사 깍아지른 바위길을 내려간다. 거대한 덕유 평전이 펼쳐진다. 하체 일부만 남아 있는 억새도 햇빛에 반사되어 바람에 나부끼며, 미소 짓는 여인의 가느다란 허리처럼 하늘거린다.

좌우에 산줄기는 움직인다. 백암봉(1,490m)에 오르자 삼거리다.(7/49) 대간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며 좌측은 거창 송계계곡을 거쳐송계사로 가는 길목으로 전북 경남 경계지점이다.

동업령(1,260m)을 달린다. 터질듯 탱탱한 지능선들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쉴새 없이 속도를 내 닿은 동업령(8/36)에는 바람이 세차고 눈이 두툼이 쌓인 편이다. 눈길 산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아쉬움이 있다. 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발목은 빼기 힘들 정도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설을 밟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묘미는 값진 것이다.

동업령 4거리 갈림길은 우측은 칠연계곡, 좌측은 거창병곡리 계곡가는 길이다. 직진을 한다. 멀리 우뚝 솟은 무룡산을 가기 위해서다. 해가 돋은 지도 한시간이 넘었고 추위도 사라지고 아침햇살을 받아가며 근 2시간이나 오르내리다보니 몸에는 땀이 젖고 몸도 풀려 한층 가볍다. 작은 봉을 탔다 내렸다. 기복의 연속으로 힘이 드는 무룡산 등정길이지만 앞으로는 시야가 확 트인 남성미가 넘치는 남덕유가 있고 뒤로는 덕유산 향적봉 풍광이 펼쳐지는 모습에 무룡산(1,492m) 산정까지(10/20) 1시간 40분이나 소요되었지만 등줄기 타는 매력에 피곤을 잊었다. 무룡산 정상 남쪽 사면도 덕유 평전처럼 나무 한 그루 없는 광대한 개활지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눈도 녹기 시작하고 햇빛에 반사되는 눈빛이 눈을 시리게 한다. 무룡산능을 내려서자 또 작은 봉우리가 연속되다가 급작스레 내린 고개가 삿갓재다.(11/10, 향적봉에서 이곳까지 13km 5시간 33분 소요)

삿갓 대피소는 아담하고 깨끗하며 70명이 수용되고 산꾼에게는 대간 종주코스로 구세주와 같은 대피소로 99년에 건립되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향적봉대피소에 오다보니 허기도 지고 피로가 밀려, 이곳 대피소 취사실에서 지어 먹은 점심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한시간 휴식을 취했다. 삿갓봉을 향했다. 힘이 다시 솟는다. 삿갓재 좌측길은 황점가는 길이며 60m 거리에 샘터가 있다. 삿갓 같이 생겨 급경사 능선이다. 치올라야 하는 고도인데다 눈도 녹기 시작하고 길도 미끄러워 조심해야했다.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봉 정상(1,419m)에 닿았다.(12/38)

암부로 이루어진 산정에서 바라 본 남덕유쪽 조망은 일품이며 쉼터 구실로도 평안한 곳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급경사 길을 내려와 작은 봉우리를 연속해서 넘어 뚝 떨어져 앉은 산마루 월성재에 와서 대간종주 산꾼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억새가 어울린 재는 바람도 없어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좌측은 월성계곡으로 빠져 황점으로 이어진다. 재에서 남덕유로 오르는 급한 오르막은 주 종주길에서는 가장 힘이 들고 300m거리가 특히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힘든 구간을 한번 지나 밋밋한 봉을 하나 더 넘으면 남덕유 정상부가 다가선다.

북동면의 뫼줄기는 강렬한 기운이 엿보인다. 이윽고 힘든 길을 올라서 남덕유 정상(1,507m)에 섰다.(2/28)

돌탑이 선 산정에서 지나온 향적봉을 뒤돌아보니 까마득한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가 싶다.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파도처럼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봉황의 기상으로 높이 솟은 산정은 매서운 찬바람이 옷깃을 후려친다. 영각사 가는 길을 버리고 서쪽 2km 지점에 있는 서봉(1,492m)으로 향했다.(2/30)

장수 덕유산으로 불리며 남부군들이 바위틈에 숨어들었던 험준한산으로 공비토벌 중 가장 큰 격전지로 알려졌으나 옛 일은 잊은 듯, 지금은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봉을 가기 위해 밑으로 다시 빠져 내려갔다. 이곳은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눈이 제법 쌓여 눈길 묘미를 느끼게 한다.

(사진설명: 덕유산 일몰, 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쳐)

다시 아래에서 서봉을 치올리는 철계단이 117개 있다. 힘들게 올랐다.(3/20) 힘이 쑥빠진다. 이젠 어렵고 힘든 코스도 다 온 것 같다. 서봉은 백두대간 길이다. 이곳에서 육십령으로 갈 수 있다. 서봉 또한 조망이 일품이다. 둘러친 산맥들이 하얀 눈과, 암봉 소나무숲으로 파노라마를 이룬다. 마지막 하산길, 서봉을 등지고 덕유교육원을 거쳐 영각사로 발길을 옮긴다.(3/30) 계속 내리막길로 가는 대간길로 한시간 여 내려가다 갈림길이 나오는 이정표에서 직진은 합미봉(1,013m)을 거쳐 육십령을 간다. 좌측 방향을 잡아 교육원을 거쳐 신라헌강왕 3년(877) 삼광대사가 창건한 영각사로 하산했다. 길고 긴 10시간 30분 종주길을 마치게 된다.

자연이 펼쳐 낸 색채와 조망 제일의 명산으로 초여름 철쭉을 시작으로 겨울엔 설화로 온 산을 꽃피우고, 고사목 일출이 장관을 이루는 그곳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덕유산이 있다.

교통편: 삼공리쪽 / 무주터미날 – 삼공리(1일 40회)•거창터미날 – 삼공리 수시 있음
영각사쪽 / 함양 – 영각사(1일 6회)•전주시외터미날 – 서상시외터미날 1시간 간격 운행 • 서상에서 – 영각사로 오면 됨수시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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