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자비로움을 가득 실은 불가의 산, 영축산 | 뉴스로

[김창식의 다시 본 명산] 자비로움을 가득 실은 불가의 산, 영축산

기암괴석과 절벽이 함께 어우러지고 병풍을 두른 듯한 산줄기가 넘실되는 영축산은 통도사를 앞가슴에 품고 자비로움이 가득 찬 산세가 옛부터 불가의 산으로 불리고 있다.

백운암 뒤 북쪽에 자리 잡은 투구봉(1,042m) 고지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독수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정상부 바위가 독수리의 머리로 보이고 양옆으로 늘어선 봉우리들이 날개가 되며 영축 평원이 등 쪽이 되어 산세의 뻗은 형태를 보면 독수리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취서산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특히 불보종찰인 통도사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등진 채 경관이 아름답고 우리나라 3보 사찰의 하나로 신라 선덕여왕 15년 자장율사가 개창한 절이다. 대웅전은 보물 제 144호로 지정되어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334호인 은사입향로, 보물 제74호인 국장생석표 외 3층 석탑을 비롯하여 사리탑,석상,석등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13개 부속암자(극락암, 비로암, 안양암, 보타암, 취운암, 사명암, 서운암, 백련암, 자장암, 수도암, 목련암,백운암,취서암)가 있다.

영축산 등산로는 많은 코스가 있으나 이번 답사코스는 청수골에서 시작된다.

청수골은 양산시 원동면과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배내골)의 경계를 짓는 계곡다리를 건너 자연 휴양림이 있는 곳으로 가다 보면 좌측 계곡 건너에 백련암이 있고 우측 도로변에 청수골 산장이 있다. 산장 뒤편 화장실이 있는 쪽에 산행로가 열려 있다.직진하면 자연 휴양림이 있는 곳으로, 계곡 따라 오르면 유명한 파래소 폭포가 자리하고 그 위로 올라가면 천주교 박해시절 신자들이 은거한 죽림굴이 나오며,얼마 안가 간월산 간월재와 맞닿는다.

재에서 발원된 물과 청수 좌우골에서 발원된 물이 합수되는 옥수는 배내천으로 흘러간다. 배내천이 오염되었다지만 아직도 희귀물 고기들이 살아 숨 쉬는 낙원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주암계곡을 비롯하여 깊은 골에서 끝없이 흘러 내려오는 물이 배내천을 정화시켜주는데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라 하겠다. 청수골 산장 뒤쪽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10/17)

산장에서 물을 준비하고 100m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좌측은 청수 좌골이고,우측은 청수 우골로 갈라지는 곳이다.좌골은 우골보다 수월한 산행로다.좌골 능선에 오르면 신불산 평원과 만나고 우골로 오르면 영축산 한피기재에 닿는다. 좌골로 방향을 잡았다. 깊은 골이다. 가뭄으로 계곡의 수량은 적으나 수림이 무성하게 자라서 하늘을 덮었다.자연의 향기가 코끝으로 풍긴다.

오늘따라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수목은 원시림이다.가파르지는 않지만 계속 오름길을 가야만 했다. 흠뻑 젖은 땀은 군데군데 쉼터가 마련되어 피로를 묻어주고 지루함을 없앤다. 곳곳에 애띤 야생화가 피어 있고 노란 원추리꽃은 앳되고 아름답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이 빽빽이 들어선 잡목을 헤치면서 올라야만 했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능선에 닿은 것이다.

영남 알프스의 주능선인 신불산 평원은 초입의 길목으로 영축산과 능선을 같이하며 원추리 군락지다. 우측으로 돌아가자 억새밭이 반긴다. 정성이 담긴 돌탑이 쌓인 곳을 지나 능선 안부를 접하자 거대한 억새 평원이 녹색으로 펼쳐진다.반쯤 핀 억새꽃이 평원을 가득 메운 채 잔잔한 바람에 머리를 흔들며 교태를 부린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조망을 즐겼다. 파노라마를 이룬 알프스의 산군이 한눈에 보인다. 끝없는 탄성 속에 얻은 것이 자연의 향기였다.신불 평원은 6·25 때 빨치산들이 은거하며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초지를 밟고 넓은 임도를 지나 영축산(1,092m) 산정에 올랐다.(1/5,산행시간 2시간 48분)

거대한 암반이 독수리 모양을 한 산정은 양옆으로 늘어선 봉우리들이 날개를 펴 날아 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고 고개를 돌려보면 억새평원인 신불산은 지척에 두고 그 너머 간월,가지,운문,능동,사자봉 수미봉 할 것 없이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코 밑에 단성산성터가 있다. 신라때부터 내려온 것으로 1592년 임란 때 1,200m 돌성을 다시 쌓아 왜군들과 격전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산정을 떠나 우측으로 돌았다. 시살등 표시판이 있는 능선으로 발길을 옮겼다. 얼마안가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숲속으로 능선따라 조망을 만끽하며 1시간 여 동안 재촉한 발길이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2/55)

좌측은 통도사 백운암 가는 길이다.계속 직진했다.영축산 주능선인 등뼈를 타고 펼쳐진 산맥을 눈이 시리도록 보게 된다. 때로는 진한 보라색 싸리꽃을 만나 즐거움을 함께 하고 때로는 키를 넘는 억새풀을 밟으며 높고 맑은 9월의 하늘을 바라보니 뭉게 구름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수림속의 오솔길은 무한의 세계로 펼쳐지고 옷깃에 부딪치는 풀잎은 정다움으로 스며든다. 조망이 좋은 함박재와 채이등을 지나 거대한 죽 바위봉에 닿았다.(3/20)

우뚝 솟은 바위봉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는 물론 동남쪽에 천성산과 대운산이 서로 오라 손짓해 속세가 어딘지 까마득히 잊게 된다. 멀리 울산만과 동해바다의 운해를 바라보니 응어리진 가슴속이 일시에 풀어진다. 다시 발길을 옮겨 훈풍을 앞가슴에 안고 닿은 곳이 한피기 고개다.(3/55) 영축산 산정에서 3km를 달려온 것이다. 사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시살등(980.9m)으로 영축산 종주 산행길이다.(통도사 4km,자장암 3.7km,배내골 5km,청수산장 3.4km) 솔솔 바람을 등에 업고 나부끼는 억새를 뒤로 하며 좌측 자장암 쪽으로 하산을 재촉했다. 무성히 자란 풀잎이 키를 넘고 산길을 덮어, 두 팔로 번갈아 헤치며 심산유곡으로 빠져들었다.깊은 골에 핀 야생화, 산새 소리, 골을 메운 활엽수와 단풍나무들이 낙원의 숲으로 꾸며 자신의 자태를 힘겨루기나 하듯 깊숙이 들어가면 무아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자장골 계곡의 물소리 들으며 노래하는 야생조들의 지저귐이 정겨워진다. 어느 새 도착했는지 인기척이 가까워지니 통도사 부속암 금개구리로 유명한 자장암에 온 것이다.(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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