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정확한 진단과 적합한 처방
AI 요약80대에 접어든 지인 L씨는 10여년 전 황당하고도 아찔한 일을 겪었다. 쯔쯔가무시에 감염된 줄 모르고 방치하다 2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계속 기력이 없고 식욕까지 떨어져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폐에 문제가 생겨 가슴을 절개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리던 중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게...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정확한 진단과 적합한 처방](https://img.newsro.kr/wp-content/uploads/2023/12/이기원-3타이틀771-x-434-픽셀.jpg)
80대에 접어든 지인 L씨는 10여년 전 황당하고도 아찔한 일을 겪었다. 쯔쯔가무시에 감염된 줄 모르고 방치하다 2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계속 기력이 없고 식욕까지 떨어져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폐에 문제가 생겨 가슴을 절개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리던 중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권유로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진단 결과 폐에 문제가 없고 영상검사상 나타나는 것은 예전의 폐결핵을 앓고 난 후의 흔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몸 컨디션이 나쁜 것은 고령에 장기간의 입원으로 기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식사만 잘하면 회복되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고기를 곁들여 배불리 먹으니까 힘이 났으며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만약 수술을 했더라면 필요 없는 수술비 낭비는 차치하고라도 고령에 외과식 수술 후 회복하는데 얼마나 고생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적합한 처방이 나올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병원에서만 일어나겠는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11년 전 우리는 큰 해난사고를 당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 사고 발생 한 달 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기본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해양경찰청 폐지와 국민안전처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과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그리고 부도덕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었는데, 미국이 9·11테러시 1년 동안 고민한 후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빠르게 졸속적으로 마련한 이 대책이 과연 공언한 대로 국가혁신 차원의 근본적인 처방이 되었을까?
그로부터 2년 후, 신설된 국민안전처 간부 4명이 비리혐의로 직위해제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2022년 해난사고 통계를 보면 ‘세월호’같은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사고건수는 2배로 증가했고, 유형은 다르지만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면, 인재라 할 수 있는 대형사고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 과연 정부조직이나 제도의 미비 때문일까?
역대 정부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자 처벌과 규제 확대 또는 정부조직 개편 등 하드웨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만 가지고는 완벽한 처방이 될 수가 없다. 이는 마치 제방에 물이 샐 때 시작되는 지점을 찾아 막지 않고 나오는 부분만 막을 경우 제2, 제3의 구멍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군대생활을 미군들과 같이 하면서 그 들의 풍족한 물자나 우수한 무기보다 더 부럽게 느낀 것이 있었다. 바로 각종 제도와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려는 그들의 의식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도 되짚어 보면(검경합동수사본부 발표 기준) 무리한 선실 불법 증축과 화물 과적 그리고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인데, 모두 제도가 미흡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가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의식 때문이다.
제도야 어떻든 ‘이쯤이야’ 하면서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매뉴얼이 있는데도 대충 해버리는 안전 불감증 등등. 제대 후 공직에 근무하면서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똑 같은 20대 초반의 젊은이 들인데 우리와 서양인들의 의식이 왜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나름 내린 결론은, 그들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꾸준히 받아왔고 어른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며 또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 아직 제도적으로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의식도 과거에 비하여 최근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아직은 미흡하다.
그래서, 6월 4일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이제 여러 가지 혁신적인 국가정책을 마련하게 될 것인데 그 중의 하나로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는 정책을 세워서 시행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국민이 철저한 준법의식을 가지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우선 유치원부터 각급 학교 교육에 법질서를 지키는 준법의식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먼저 지키면서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 매체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선진국과 우리의 모습을 비교하여 자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벌여 정착시킴으로써 안전한 국가, 부정과 부패가 없는 국가 그래서 국민 모두가 당당하고도 행복한 나라로 발전해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기원 칼럼니스트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원에게 소통이란 세상 살이에서 양념 같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소통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온갖 가십을 소재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특히 경제가 가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소통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은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기원은 칼럼을 통해 가십을 되짚어 본다.
*이기원 칼럼니스트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원에게 소통이란 세상 살이에서 양념 같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소통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온갖 가십을 소재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특히 경제가 가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소통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은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기원은 칼럼을 통해 가십을 되짚어 본다.기사 정정 신청뉴스제보 jebo@news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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