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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명성보다 명예를...

AI 요약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거리에는 후보자들의 홍보물이 늘어나고, 여론조사를 위한 전화가 이어진다.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선거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지인이 “사람들은 대체 왜 돈도 많이 들고 과정도 힘든 선거에 출마할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출마자들은 대개 ‘지역 발전’을 외치지만, 그날 모인 사람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선거에 출마하...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명성보다 명예를...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거리에는 후보자들의 홍보물이 늘어나고, 여론조사를 위한 전화가 이어진다.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선거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지인이 “사람들은 대체 왜 돈도 많이 들고 과정도 힘든 선거에 출마할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출마자들은 대개 ‘지역 발전’을 외치지만, 그날 모인 사람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려는 소위 ‘출세’하기 위해서 또는 ‘명성’을 얻기 위함이며, 나아가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이라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필자의 머릿속에는 ‘명성’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명예’라는 단어도 짝을 지어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이 두 단어를 섞어 쓰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둘은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먼저, 명성(名聲)은 타인의 시선을 바탕으로 한다. 국어사전은 명성을 ‘세상에 널리 퍼져 평판 높은 이름’이라 정의한다. 즉, 명성은 내가 외부로 드러낸 모습에 대해 타인이 내리는 평가다. 인지도가 곧 권력이 될 수도 있는 시대에 명성은 매력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명성은 신기루와 같아서, 대중의 변덕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쌓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반면, 명예(名譽)는 외부의 박수보다 내면의 울림에 더 가깝다. 명예는 자신이 세운 도덕적 가치와 신념을 지켜냈을 때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훈장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자랑스러운 인격적 가치, 그것이 명예의 본질이다. 명성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라면, 명예는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다. 명성은 얻거나 쟁취할 수 있지만, 명예는 오로지 정직한 삶의 궤적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고귀한 선물이다. 영국의 철학자 프렌시스 베이컨은 명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명성은 강물과 같아서, 가볍고 부풀려진 것은 떠오르게 하고 무겁고 실속 있는 것은 가라앉힌다." 이 말처럼 세상의 평판은 때로 본질보다 포장에 열광한다. 선거판에서의 화려한 구호들이 명성을 쌓기 위해 부풀려진 거품은 아닌지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정으로 지혜로운 처세는 명성을 수단으로 삼고, 명예를 목적으로 두는 삶에 있다할 것이다.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 무게를 견디게 하는 것은 결국 내면의 명예심이기 때문이다. 명성에만 집착하는 이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을 굽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겁한 타협을 일삼는다. 그러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이는 설령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혹은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결코 비굴해지지 않는다.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그는 스스로에게 패배한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성은 세상이 주는 보너스 같은 것이기에 얻으면 감사하되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명예는 우리 존재의 근간이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다시 선거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수많은 후보자가 불나방처럼 화려한 명성만을 좇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선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팔아치우거나, 일시적 감정으로 지금까지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저버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진정한 지도자란 유권자의 환호(명성)에 취하기보다, 자신의 양심(명예) 앞에서 당당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다는 약속이 단순히 이름을 알리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건 무거운 약속이 될 때 우리 정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마의 변으로 내세운 것처럼 진심으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하다 보면 성과가 쌓여서 명성과 명예가 동시에 찾아올 것이다.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몇 급까지 또는 어떤 직위까지 승진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직장인’이라는 인식을 넘어 진정한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공직 생활을 했는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많이 했는가, 그리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남기고 떠나느냐가 바로 공무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명예’일 것이다. 우리 일반인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 나는 타인의 박수를 받기 위해 분주했는가, 아니면 내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직했는가? 명성은 바람을 타고 흩어지지만, 명예는 역사의 향기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한때의 소란스러운 명성이 아니라, 고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명예의 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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