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앙코르 와트’가 던지는 교훈
AI 요약며칠 전 사석에서, 지인이 앙코르 와트를 다녀온 후 외국 여행지로 ‘강추’한다면서 소감을 얘기했다. 사실 필자도 몇 년 전 앙코르 와트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그 때의 감흥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다시피 이 일대 유적을 건설한 왕조는 크메르 왕조로 9C부터 15C까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많은 유적들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이 12C 초...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앙코르 와트’가 던지는 교훈](https://img.newsro.kr/wp-content/uploads/2023/12/이기원-3타이틀771-x-434-픽셀.jpg)
며칠 전 사석에서, 지인이 앙코르 와트를 다녀온 후 외국 여행지로 ‘강추’한다면서 소감을 얘기했다. 사실 필자도 몇 년 전 앙코르 와트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그 때의 감흥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다시피 이 일대 유적을 건설한 왕조는 크메르 왕조로 9C부터 15C까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많은 유적들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이 12C 초에 건립된 ‘앙코르 와트’이다. 이 사원은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이며 엄청난 규모와 웅장함 그리고 섬세한 조각들로 인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서 사원의 정면에서 보이는 탑들의 모습은 캄보디아의 상징으로 이 나라 국기에 표현되어 있다. 중세의 크메르 왕조가 멸망한 후 앙코르 일대는 정글에 파묻히다시피 된 채로 몇 세기를 지났으며,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 이후부터였다. 프랑스의 자연과학자인 앙리 무오가 1860~1861년 사이에 이 지역을 조사하고 자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가 사망한 후 1864년 그의 기록들이 책으로 출간되었고, 그 후 많은 고고학자 등이 이 왕조의 문화를 연구하게 되어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세계인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져서 글로벌 여행 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세계 가고싶은 여행지 10곳’ 중 2위(2015년 기준)에 뽑히기도 했으며 지금도 그 명성이 대단하다.
이 세계적인 문화 유적을 둘러보면서 당시의 기술로 건축한 사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와 섬세함 등에 놀라고 감탄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는 또 뭔가 자꾸 자리잡는 게 있었다.
먼저 그렇게 거대한 왕조도 멸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상세한 기록이 없어서 왕조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으나 건축물과 외국인들이 남긴 기록 등에 의하면 상당한 규모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왕조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왕조도 역사 속에 묻혀버렸는 바 과연 현대 국가는 어떨 것인가?
약육강식의 전쟁으로 멸망하는 국가가 많던 그 때와는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도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에만 안주할 때 그 대가는 혹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다. 모두 알다시피 이 나라는 풍부한 자연자원의 덕분으로 1895년에 1인당 GDP가 세계 1위였으며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세계 5대 부국이었다. 그러던 나라가 ‘포퓰리즘’에 따른 과도한 정부지출 등 정책 실패와 사회적 혼란 등의 원인으로 지난 40여년간 9차례나 국가부도를 경험하고 중진국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유럽 문화의 발상지이며 고대 최고의 문화를 자랑했던 그리스는 과다한 공공지출 등의 원인으로 2010년 국가부도상태에 들어가 EU와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신세로 추락했다가 8년만에 졸업은 했으나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뿐만 아니라 도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주력 공장이 입지해 있던 지역으로서 20세기 중반 인구가 165만명이나 되었으나 절반 이하(2011년 기준 71만4000명)로 감소할 만큼 도시가 쇠퇴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한 때 경남지역 제1의 도시였던 마산시는 인구의 감소로 창원시에 통합된 사례도 있다.
두 번 째는 왕조는 멸망했어도 그들의 유산은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든든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캄보디아는 국민 총 생산액이 471억 달러(2023년 기준, 1인당 2,743달러)로서 그 중 비중이 제일 높은 산업이 관광업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으로 38%를 차지한다. 앙코르 지역이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해 연간 543만명(2023년 기준, 인구는 1,742만, ‘25년에는 약 7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추산됨)이 이 나라를 찾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앙코르 와트를 비롯한 조상들이 남긴 빛나는 유적 때문이다. 멸망하지 않고 더욱 강성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더라도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김으로써 자손들에게 견고한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수출액 세계 6위를 달성하는 등 산업화 이후 아주 짧은 기간에 외국인들이 놀랄만한 속도로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을 이뤘으나, 경제적으로는 아직 4만달러(1인당 소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 대내외적인 악조건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산업구조의 전환 · 노동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고, 정치적으로도 국민 사이에 만연된 이념간 · 지역간 · 세대간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역사학자 아놀드 J. 토인비는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고 도전에 안이하게 대처할 때 문명은 쇠퇴한다”고 했다. 우리가 이룩한 성과에 만족하여 안이하게 대처하지 말고 또 지금의 시련을 역사적 도전으로 받아들여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하게 서야할 것이며 후손에게도 풍성한 유산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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