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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국의 역사기행] 동아시아 태양력, 24절기

AI 요약절기는 동아시아 농사달력으로 태양력이다. 삼라만상이 음으로부터 나왔다는 중국 고대사상에 연원하여 달의 삭망주기로 태음력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농사에는 맞지 않았다. 씨 뿌리고 수확하며 누에치고 길쌈하는 때를 백성에게 알려주는 것이 나라의 책무였다. 옛사람들은 천문 지식이 대단히 뛰어나 태양이 황도(태양길)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알았고 태양의 위치...

[이도국의 역사기행] 동아시아 태양력, 24절기

절기는 동아시아 농사달력으로 태양력이다. 삼라만상이 음으로부터 나왔다는 중국 고대사상에 연원하여 달의 삭망주기로 태음력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농사에는 맞지 않았다. 씨 뿌리고 수확하며 누에치고 길쌈하는 때를 백성에게 알려주는 것이 나라의 책무였다. 옛사람들은 천문 지식이 대단히 뛰어나 태양이 황도(태양길)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알았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이 바뀐다는 것도 알았다. 1태양년을 넷으로 나누어 계절이라 하고 계절마다 여섯 때를 넣어 24개 절기를 만들었다. 절기는 하늘이 준 것으로 여겼으며, 하늘의 절기에 따르고 땅의 이로움에 사람의 힘을 더하여 농사를 지었다. 나라는 매년 날짜와 절기를 넣은 책력을 동짓날에 나눠줬는데 이를 동지책력이라 했다. 오늘날 달력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나라에서 내리는 귀한 선물이었다.

[caption id="attachment_438369" align="alignnone" width="771"] 24절기 그래픽, 계절마다 여섯절기가 들어있다[/caption]

백성 삶의 이정표, 절기

고대 중국 주나라 시대에 만든 절기는 단순한 농사책력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백성의 삶을 이끈 이정표였다. 백성은 하늘이 내린 때를 알아 해야 할 일을 챙겼다. 때에 맞춰 농사를 짓고 누에를 쳤다. 절기는 하늘이 준 것이라 하여 기상이변이 생기면 절기를 잃었다고 했으며, 늦어지거나 그냥 지나가면 하늘의 뜻으로 여겨 이기려 하지 않고 순응했다. 절기의 절(節)은 마디라는 뜻으로 일상 마디마다 매듭을 지었다.

4립(四立,입춘·하·추·동)으로 계절이 시작됐고 계절이 바뀌면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며 제사를 지냈다. 이를 시제(時祭)라 했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환절기라 했다. 절기는 대략 15일마다 찾아왔다. 천구 적도와 황도가 만나 밤낮 길이가 같은 날을 춘·추분이라 했고 밤낮 길이가 가장 긴 날을 동지·하지라 했다. 춘·추분에는 나눌 분(分)을, 동지·하지에는 끝에 다다를 지(至)를 썼다.
이들 사이에 자연현상 절기를 2개씩 넣어 24절기를 만들었다. 봄은 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여름은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가을은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겨울은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이다.

자연현상 절기는 중국 화북지방 황허 유역의 모습인데 지역에 따라 현상이 조금씩 다르다. 절기 시작은 입춘이다. 동양 역법은 태양의 양기가 새로 생겨나는 동지를 천문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농사책력인 절기는 입춘부터 시작된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소 누울 만큼 길어진다고 했으니 동지 지나 3절기, 45일쯤 되는 입춘에는 立春大吉이요 建陽多慶이라 했다.

윤달과 절기

동아시아 책력은 음력을 사용했으므로 절기 날짜가 매년 열흘이상 차이가 났다. 음력 12삭망월과 절기 1태양년이 11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윤달을 넣었는데, 고대부터 19태양년이 235삭망월과 거의 같음을 알아 19년에 7번의 윤달을 넣었다. 따라서 2~3년에 1번씩 윤달이 생긴다. 윤달은 무중기(無中氣) 치윤법이라 하여 짝수 절기(우수, 춘분 등)가 들지 않는 달에 윤달을 넣었다. 윤달을 절기와 묘하게 조합시켜 태음·태양력을 맞추었다.

지구는 타원 궤도로 돌면서 태양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속도가 빠르고 멀어지면 느리므로(케플러 2법칙) 여름철에 절기 간격은 길어지고 겨울철은 좁아진다. 하늘이 돌든지 땅이 돌든지 상대적일뿐 똑같으므로 옛사람의 천문 수치는 정확했다. 추분에서 춘분까지는 179일이고 춘분에서 추분까지는 186일이니 윤달은 주로 여름철에 생긴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8번 윤달이 생겼는데 윤4월이 두 번이다. 윤사월은 해가 길어 목월은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이라는 멋진 시구를 지었다.

예로부터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므로 절기와 농가월령을 엮어놓았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는 월마다 두 개의 절기에 넣고 농가의 할 일을 흥과 운율에 맞추어 월령가를 읊었다. “정월은 맹춘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낮이면 이엉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이어니 큰 근심 덜었도다.”라 했다. 동지가 들어있다고 동짓달, 설이 있는 달을 섣달이라 했다. 한식과 단오는 절기가 아니고 옛 명절이다. 속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라는 의미는 명절인 한식날을 음력 날짜로 정한 것이 아니라 동지 지나 105일째 되는 날로 정했고, 청명은 동지부터 7절기가 되는 날이므로 날짜가 항상 거의 같다는데서 연유했다.

[caption id="attachment_438370" align="aligncenter" width="446"] 조선시대 세시 단오풍정 모습,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일부. 원본은 간송미술관[/caption]

절기 풍속과 속담

절기는 고대 동양철학이 담겨있는 한자 두 글자로 돼있어 이름만으로 그 뜻을 대강 알 수 있지만 소만(小滿), 망종(芒種), 처서(處暑)는 알듯 말듯하다. 소만은 작지만 꽉 차 있다는 뜻으로 숲의 정령이, 대지의 기운이 작지만 대자연에 가득 차 있음을 나타냈다. 그래서 소만의 뜻을 알려거든 소만 절기에 산야를 걸어가 보면 된다. 망종의 망은 까끄라기이니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타작과 모내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때로 고양이 손을 빌릴 만큼 바빴다. 처서는 더위가 머문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과 오곡백과가 잘 익도록 남아있어야 하는 마음을 순리대로 표현한 듯하다.
곡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 곡우비가 내려야 그해 풍년이 들고 처서비가 오면 흉년이 된다하여 매우 꺼렸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 마른다고 했고 처서비가 오면 십리에 추수 천석 감해진다고 했다. 곡우에 딴 찻잎을 우전이라 하여 명차로 꼽았고 처서에는 모기입도 삐뚤어진다고 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꼽아도 싹이 난다고 했고 동짓날에는 붉은 기운이 악귀를 물리친다고 팥죽을 쑤어 먹었다.

태양력과 일주일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력을 사용했다. 로마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집트를 정복하고 태양력을 도입하여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율리우스력’이다. 오늘날 달력의 시초로 BC46년부터 시행했다. 춘분을 중요시하고 기준점으로 삼아 매년 춘분이 같은 날짜가 되도록 4년마다 윤년을 두었다. 부활절 날도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뒤 돌아오는 일요일로 정했고, 달력의 춘분과 천체운동의 춘분을 맞추기 위해서 1582년 10월 4일 다음날을 10월 15일로 정했다. 이 열흘이 그렇게 해서 서양사에서 없는 날이 됐다.

월의 일수와 명칭도 로마 황제와 관련이 있다. 7월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달로 July가 됐고 8월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달로 August가 됐다. 그 결과 1월에서 7월까지는 홀수 달이, 8월에서 12월까지는 짝수 달이 큰 달이 됐다. 그래서 2월이 28일로 되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개념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했다. 해와 달 그리고 육안으로 보이는 오행성(화수목금토성)이 시간을 관장한다고 여겨 7일을 한 주기로 묶었다. 유대교 창세기에는 7일 중 하루를 주일로 쉬었다. 이 세계관이 동양으로 넘어와 중국에서는 칠요(七曜)라 했고 오늘날 종교의식과 생활주기가 됐다. 일주일은 연도와 월이 바뀌더라도 계속 순환됐고 한자 주(週)는 돈다는 뜻이며, 일주일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해와 달, 오행성 명칭에서 유래됐다.
1월1일은 새해 첫날이지만 전체운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율리우스력을 만들면서 새해 첫날로 정했을 뿐이다.

절기와 양력

고대 동아시아 농사달력 절기와 오늘날 달력이 모두 태양력이므로 둘은 어떠한 모습으로 맺어져 있을까? 둘 다 12진법이므로 매월 상반월 6일경과 하반월 21일경에 절기가 하나씩 들어있다. 날짜 변동도 크지 않다.

양력 1월에 소한과 대한, 2월에 입춘과 우수가 있고, 식목일 전후가 청명, 어린이날쯤이 입하. 현충일 전후가 망종으로 매년 똑같다. 계절이 바뀌는 입춘·하·추·동은 2·5·8·11월 첫 주에 있으며, 그중 입춘은 2월4일로 거의 고정돼 있다. 120여년 만에 2월3일이 입춘이 된다. 이는 지구의 공전속도를 반영하여 황경 15° 간격으로 정해지는 절기와 4년마다 하루씩 윤년이 있는 태양력의 조화로 입춘은 묘하게 일치되고 다른 절기는 하루 이틀씩 날짜가 다르게 된다.

조선왕조는 관상감에서 새해 책력을 만들어 동짓날 나누어 주었는데 이를 동지책력이라 했다. 음력으로 만든 책력에는 1년의 날짜와 월식·일식, 절기 등이 표시돼 있는데 책력을 만드는 일은 국왕의 책무로 매우 중요했다. 백성이 천문 역법을 익혀 함부로 책력을 만들면 하늘의 뜻을 엿보는 것으로 여겨 큰 벌을 받았다. 정조 때 책력을 만든 선비를 귀양 보낸 기록이 있다.

구력이라 부르던 동지책력은 갑오개혁으로 사라졌다. 1895년 음력 11월17일을 1896년 양력 1월1일로 변경하면서 음력은 저물고 양력 시대가 시작됐다.

*이도국 칼럼니스트
이도국은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역사를 찾아 비교분석하고 한국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여행작가이자 역사연구가다. 이도국은 영남일보에 3년간 ‘영남좌도 역사산책’ 연재하며 지역 향토 사학에도 몰두했다. 『히말라야 언저리를 맴돌다』, 『영남좌도 역사산책』의 저자다. 현재 한국사 강의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중심으로 평생학습의 장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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