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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과연 공무원은 영혼이 없을까요?

AI 요약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얼마 전 지인들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정치와 행정 문제에 대한 대화 중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또 나왔다.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으며 특히 간부 공무원으로 퇴직한 자도 “그래, 공무원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지 뭐!”라며 맞장구를 쳤다. 과연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것일까? 차제에 공직사회에 대한 국...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과연 공무원은 영혼이 없을까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얼마 전 지인들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정치와 행정 문제에 대한 대화 중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또 나왔다.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으며 특히 간부 공무원으로 퇴직한 자도 “그래, 공무원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지 뭐!”라며 맞장구를 쳤다. 과연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것일까? 차제에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조언의 의미에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 말은 본래 막스 베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관료는 개인 감정을 갖지 않으며, 이상적인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한데서 유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8년 국정홍보처 간부가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다”고 한 이후 가끔 인용되곤 했다. 살펴보면 19C는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려는 소위 ‘야경국가’였고, 20C 이후 현대사회는 적극적인 행정작용이 필요한 ‘복지국가’를 추구해 왔다. 법규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안되고,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국민의 안전 도모와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끊임없이 개발해 시행해야만 그 지역과 국가가 존속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며, 대다수의 공무원은 그런 영혼을 가지고 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말이 나올 수 있는 일들이 자꾸 생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바로 공무원 제도와 정치(적) 공무원들 때문이다. 우리 공무원법은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를 지니며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의 사유가 된다. 다만 불법한 명령은 제외, 즉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통설이고 판례이나 부당한 명령에는 복종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종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는 주로 당·부당의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부당한 명령이라고 판단되어도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3권분립의 원칙상 법을 집행하는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공무원들이다. 국가나 지역의 미래보다는 당리당략이나 자기치적을 위한 정책을 지시하고, 또 그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실무진에 지시하여 이행하게 하는 출세지향적인 관리층에 문제가 있다. 지난 모 정부시절 ㅇㅇ부 장관실에서 월성원전1호기 연장가동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경제성 평가관련 보고 도중에 당시 장관은 청와대 눈치만 보며, 과장의 ‘연장가동’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듣고 “너 죽을래?” 하면서 즉시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지시했고, 국장과 과장 등 관계자들은 한수원과 경제성 평가 법인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국가의 미래나 재정상황 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청와대만 바라보는 소신 없는 정치 장관과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의 합작품인 것이다. 한편, 상관의 부당한 업무 수행 지시에 당당히 대처하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후반 행정계층 축소의 일환으로 읍·면·동 폐지를 추진했는데, 당시 ㅇㅇ부의 정치인 출신 장관과 일부 출세 지향적 공무원들은 대다수 직업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적극 밀어붙였다. 알다시피 읍·면·동은 행정기관과 국민의 접점으로서 민원 처리는 물론 복지행정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우리 인간의 말초신경과도 같은 조직이다. 그러나 당시 아마추어 행정가들이 소위 ‘실험행정’을 하면서 행정계층 중 정치적 부담이 제일 작은 ‘읍·면·동 폐지’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행히 후임 장관으로 지방행정을 잘 아는 관료 출신 인사가 취임한 후 직업공무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읍·면·동을 폐지하는 방식 대신 절충안으로 읍·면·동의 기능 중 일부를 시·군·구로 이양하고 읍·면·동은 주민센터로 명칭을 변경하여 존치시키게 하였고, 지금은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이 변경되어 주민들의 생활민원 처리는 물론 각종 복지정책 수행의 최 일선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면, 구(舊) ㅇㅇ부 시절 지방세법 및 동법시행령에 지방세를 면제 또는 감액시켜 주는 조항이 있는데, 이익단체와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감면단체를 추가하라는 장관의 법령 개정 지시가 있었을 때 당시 담당 사무관은 장관 앞에서 “저의 공무원 직을 걸고 안됩니다!” 라면서 당시 제도를 지켜낸 일화는 후배 공무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위의 세 사례를 비교하면, 첫 사례는 법률 위반소지가 커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는 것이 맞는데 이행을 했고, 오히려 뒤의 두 사례는 법률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자신의 안위를 생각했다면 복종할 수도 있지만 옳은 제도를 지켜낼려는 직업공무원의 사명감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결코 모든 공무원이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기회를 빌려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당부할 것이 있다. 우선 아무리 상관의 지시라도 불법한 명령은 절대 따르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모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재직시 단체장이 법률을 위반하는 내용의 공문 작성을 지시했을 때 관계 직원들에게 절대 서명하지 않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후일 정부의 감사시 서명하지 않은 직원들은 징계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상관의 지시가 부당 내지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대화를 통해 최대한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 본인의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허가 등 민원부서의 경우 많이 개선은 되었으나 아직 권위적이고 소극적이며 일부 공무원들은 규정에도 없는 동의서 등 첨부서류를 요구하여 민원인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게 한다는 비판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와 신속·공정 등 민원처리의 기본을 지킴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 이기원 칼럼니스트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원에게 소통이란 세상살이에서 양념 같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소통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온갖 가십을 소재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특히 경제가 가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소통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은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기원은 칼럼을 통해 가십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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