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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장애인보다 장애사회가 문제다

AI 요약“새해에는 손가락 한 마디라도 좀 움직일 수 있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우리가 매일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비장애인이 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말은 어느 구족화가가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한 말이다. 비장애인이 매일 온갖 일을 하는데 사용하는 손을 그 구족화가는 손가락 한 마디도...

[이기원의 생각의 추(追)] 장애인보다 장애사회가 문제다

“새해에는 손가락 한 마디라도 좀 움직일 수 있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우리가 매일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비장애인이 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말은 어느 구족화가가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한 말이다. 비장애인이 매일 온갖 일을 하는데 사용하는 손을 그 구족화가는 손가락 한 마디도 움직일 수 없고, 요즘 봄이 와서 온갖 꽃들로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산과 들을 시각 장애인들은 볼 수 없으며,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음악도 청각 장애인들은 들을 수 없는 것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복지수준과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있는지 국민들, 특히 공무원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런데, 복지가 일반 국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고 사회구성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 불리한 위치에 있거나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활동이라 한다면 장애인은 이러한 사회복지 활동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의 장애인 복지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이 급속히 변화되어 가는 장애인의 사회적·경제적 삶의 환경 개선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관계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언젠가 “장애가 권리냐?”라고 하면서 장애인 관련 예산 반영에 소극적인 정책 결정권자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만약 자기 가족이 장애인이라도 과연 그런 생각과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은 장애인이 소수니까 정치적 고려 즉 표를 계산해서 후순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 2023년 말 기준 장애인 수는 264만 1,496명(보건복지부 발표)으로서 전체 인구에 대한 비율은 5.5%(2016년도의 경우 4.9%)인데, 이 비율만 보면 안된다. 숫자상으로도 장애인의 부모, 형제, 자녀까지 합하면 계산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 지역사회 기반 장애인 보건의료체계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정책 관계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다.

다음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몇 년 전, 한 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언론과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바로 ‘무릎 꿇은 엄마’.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토론회에서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장애인 엄마가 호소하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긴 했으나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선천적 장애인(2023년 기준 11.9%, 보건복지부 발표)보다 후천적 장애인(88.1%)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다시 말해 필자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소위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나 자녀가 장애인일 경우에도 특수학교 신설과 같은 장애인 지원 정책을 반대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은 재활과 자립을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에 불과하고 정작 필요한 것은 본인과 가족의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언론이나 장애인 올림픽 등에서 우리는 많은 ‘운명을 개척한 인간 승리’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까지 다 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 이기원 칼럼니스트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원에게 소통이란 세상 살이에서 양념 같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소통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온갖 가십을 소재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특히 경제가 가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소통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은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기원은 칼럼을 통해 가십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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