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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너지는 인구, 꺼져가는 지방

AI 요약[caption id="attachment_965332" align="alignnone" width="771"] 19일, 수도권 내 도시의 모습. 사진=설명환 칼럼니스트[/caption] 지방의 도시는 하나둘씩 불이 꺼진다. 빛나는 간판도, 들썩이던 골목도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다. 반면 서울은 더욱 빽빽해진다.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

[칼럼] 무너지는 인구, 꺼져가는 지방
[caption id="attachment_965332" align="alignnone" width="771"] 19일, 수도권 내 도시의 모습. 사진=설명환 칼럼니스트[/caption] 지방의 도시는 하나둘씩 불이 꺼진다. 빛나는 간판도, 들썩이던 골목도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다. 반면 서울은 더욱 빽빽해진다.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하고, 좁은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하루라는 시간을 서울에 맡긴 채 몸을 구긴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수도권 중심의 정책,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의 기회 불균형이 만들어낸 결과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지식기반 산업 시대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이런 산업은 고급 인프라와 인력의 밀집이 가능한 공간을 요구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구조를 낳는다. 전통 산업과 달리, 제조시설이 아닌 정보와 기술, 사람 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지방은 일자리 없는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청년이 떠난다. 청년이 떠나면 아이가 줄고 학교가 사라진다. 그렇게 한 마을, 한 도시, 한 지역이 사라진다. 문제는 단지 인구의 흐름이 아니라, 이 흐름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포화 상태다. 교통과 주택, 교육과 복지의 부담이 더는 감당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지방은 텅 비어간다. 수도권의 번영이 지방의 소멸 위에 서 있는 셈이다.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기울기 시작한다. 이 흐름을 되돌릴 방법은 단순한 ‘균형발전’이라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 즉 행정체제와 재정 체계, 지방 자치권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지방에도 서울에 버금가는 메가시티가 등장해야 한다. 과소 시군을 통합하고, 자치단체의 독립성과 실질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지방이 하나의 유의미한 경쟁 단위로 다시 서야 한다. 예컨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전남·광주처럼 원래 하나였던 생활권은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들 지역을 초광역 단위로 통합하면, 서울 인구의 80%에 달하는 새로운 자치권역이 생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 단위가 확보되는 셈이다. 이런 초광역 단위는 단지 행정 효율성을 넘어 산업과 교육, 의료와 문화가 자생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진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시도처럼, 현실적인 교통과 생활권 조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헌법 개정으로 풀었다. 지방분권이 헌법에 명시된 나라에서 지방은 더 이상 중앙정부의 하부기관이 아니며,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공간이다. 우리 역시 단지 교부금 몇 푼에 얽매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행규칙에 근거한 교부세 제도 아래서는 지방은 중앙에 계속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변화는 헌법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방재정 문제는 그 자체로도 시급하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3%대에 불과하고, 전북은 23%에 머문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지역이 스스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권한조차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자 기존 사업 예산을 30%나 삭감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처럼 담배세나 자동차세 같은 세원을 중앙이 쥐고 있는 한, 지방은 늘 불완전한 자치일 뿐이다. 지방의회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지방의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통합이 절실한데, 정치의 논리만 남아 거꾸로 가고 있다. 지역은 줄어드는데 조직은 커지는 이 역설은 결국 낭비로 이어지고, 지방정치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다. 국회 정개특위가 모든 결정을 쥐고 있는 현재의 구조에서, 지방은 여전히 중앙의 통제 아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통합은 단지 구조 개편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경북 안동시와 영양군이 산후조리원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 사례는 통합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단독으로는 어려운 공공서비스를 함께 만들고, 그에 대해 정부는 특별교부금으로 응답했다. 이런 방식의 성공 사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방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수도권만으로는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나이 들어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지방에도 존재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단이다. 지방을 하나의 대안으로 만들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중심만 남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늘, 이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      

설명환 칼럼니스트·펄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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